경기 안산시 반월산업단지와 시화산업단지를 동서로 관통하는 별망로. 지난 16일 저녁 이곳을 찾았다. 차를 타고 돌아보니 잔업을 위해 공장을 돌리는 곳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해가 지자 대부분 공장의 불이 꺼졌다. 거리에는 적막감마저 흐르는 듯했다. 기계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L사장은 “경기가 나쁘니 잔업은커녕 낮에도 기계를 놀리는 날이 많다”고 했다.

'제조업 심장' 수도권 공단 불이 꺼진다
같은 날 인천남동산업단지. 상황은 비슷했다. 오후 6시가 지나자 근로자들이 썰물처럼 공단을 빠져나갔다. 공단 주차장과 도로는 이내 한산해졌다. 불이 켜져 있는 작은 공장으로 들어가 봤다. 20년째 이곳에서 선반을 제작한다는 A사장은 “주문이 밀리면 직원들이 퇴근하지 못해 주변 도로에 차량이 많았는데 지난 5, 6월부터 도로가 한산해졌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보다 공단 가동률이 더 떨어진 느낌이라고도 했다.

산업단지의 불이 꺼지고 있다. “잔업과 특근으로 주문 물량을 맞추던 시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고 중소기업인들은 말한다. 경기 침체와 조선·자동차 등 전방 제조업 부진, 주 52시간 근로제 등 세 가지가 한꺼번에 겹친 영향이다. 공장 가동률도 하락하고 있다. 남동산단 가동률은 작년 6월 72.3%에서 올해(6월) 68.9%로 떨어졌다. 반월산단도 이 기간 70.5%에서 68.2%로 하락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70%도 깨진 셈이다. 시화산단만 73.4%에서 74.5%로 상승했다. 이것도 지난봄에는 80%대였다. 10월 가동률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중소기업인들은 말했다.

남동·반월·시화산단은 전국 최대 중소 제조업 밀집 지역이다. 2만4000여 개 업체가 이곳에 몰려 있다. 거의 모든 업종이 고루 분포돼 있어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라고 부른다. 불 꺼진 공단은 한국 제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시화=김낙훈/인천=김기만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