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을 포함한 정부 부처 및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종로 한국무역보험공사 회의실에서 ‘미 자동차 232조 관련 민·관합동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산업부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을 포함한 정부 부처 및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종로 한국무역보험공사 회의실에서 ‘미 자동차 232조 관련 민·관합동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산업부 제공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글로벌 통상 전쟁에 대한 우리 처지를 놓고 하는 말입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글로벌 통상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지요.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선 불똥이 어디로 튈지, 또 어디까지 파급이 미칠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2일 오전 잇따라 2개의 민·관 합동회의를 연 것도 대응전략을 마련하자는 차원이었습니다. 서울 종로의 무역보험공사에서 오전 8시, 10시 잇따라 회의를 가졌는데, 이런 식의 릴레이 회의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특히 두 번째 열렸던 ‘미 자동차 232조 관련 민·관합동 TF회의’는 한·미간 자동차 통상 분쟁에 초점을 맞춘 협의 채널이었습니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물론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 현대자동차그룹,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부품협동조합 등 자동차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지요.

그런데 이 자리에 특이한 부처가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바로 국방부입니다. 군인들이 이 자리에는 왜 왔을까요?

배경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있습니다. 무역확장법은 1962년 제정됐지만 거의 사문화됐던 법입니다. 이 법 232조에는 ‘외국산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merica First’ 기치 아래 보호무역 정책을 펴면서 이 232조를 부활시켰지요. 지난 4월 철강 및 알루미늄에 각각 25% 및 10%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은 이 232조를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확대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우리 기업들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 자동차를 판매한 게 미국 안보를 위협했다’는 황당한 논리에 대응해야 하니까요. 우리 정부와 자동차업계는 이미 미국 정부에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의 부당함을 서면으로 전달했습니다.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관련 공청회에도 민·관 대응팀을 파견하기로 했구요.

국방부 관계자가 이날 회의에 참석한 것도, 자동차 관세 부과가 ‘안보’와 직결돼 있다는 미국 측 주장 때문입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이 232조를 발동하기 위해선 ‘특정 수입품이 국가 안보를 위해한다’는 미국 국방부 장관의 의견이 첨부돼야 합니다. 미 국방부와 상시 협의 채널을 구축해 놓고 있는 한국 국방부가 이번 분쟁 해결의 한 축을 맡아야 하는 겁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양국이 오랫동안 안보 분야에서 혈맹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을 국방부가 미국에 적극 어필해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자동차 통상 분쟁에 대해 절실함을 느끼지 않는 듯 보입니다. 각 부처에서 국장 이상 고위 간부가, 민간 기업 및 협회에선 임원이 이날 대응 회의에 참석했는데, 국방부만 고위 간부 대신 실무자를 보냈습니다.

미국은 국내 자동차업계로선 가장 큰 해외시장입니다.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지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25%)가 현실화하면, 국내 차업계의 수익 악화는 물론 현지 생산 확대에 따라 실업자도 양산될 겁니다. 국방부가 안이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좀 아쉽네요.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