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0시 히잡을 두른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운전대를 잡고 도로에 나섰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던 사우디 정부는 이날 여성 운전을 허용했다. 수도 리야드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여성들이 차를 끌고 나와 경적을 울리며 축제 분위기를 냈다.

사우디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30세 이상 여성은 약 900만 명.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주 경제활동 연령인 30~54세 여성은 300만 명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여성 운전 허용으로 2030년까지 사우디의 국내총생산(GDP)이 900억달러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완성차업계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운전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란 카피를 내걸고 운전대를 잡은 여성의 모습이 담긴 광고를 시작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사우디에서 인기 있는 여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 3명을 ‘여성 브랜드 홍보대사’로 선정하고 한국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한국만큼이나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고 SNS가 활성화된 나라로, SNS 마케팅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여성 운전 허용을 계기로 사우디 시장에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우디 시장에서 도요타에 이어 판매 순위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점유율과 수출 물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12만6332대에 달하던 현대차의 사우디 수출 물량은 지난해 9만4335대로 26.4% 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형 세단 엑센트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등을 앞세워 여성 소비자 공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