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제품에 관세와 보복관세를 매기는 전면적인 통상전쟁을 시작했다. 증시가 동반 폭락하고,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간 관세장벽 쌓기 경쟁으로 대공황이 깊어진 1930년대처럼 교역 급감과 경기 침체 등 세계 경제에 다시 짙은 그림자가 드리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응하는 ‘통상법 301조 조치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에는 500억~600억달러(약 54조~64조원)어치의 중국산 1300여 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는 3752억달러(상품수지 기준)에 달했다. 그는 “600억달러 규모로 (관세 부과를) 시작하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며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네 시간여 뒤 중국은 30억달러(약 3조2400억원)에 이르는 128개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 15~25%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통상전쟁 준비가 완료됐다”며 역시 추가 조치를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가 통제되지 않는 통상전쟁의 공포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통상전쟁 격화로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 S&P500, 나스닥지수는 각각 2.93%, 2.52%, 2.43% 급락했다. 23일 아시아 증시에서는 일본 닛케이225지수(4.5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38%) 등이 동반 폭락했다.

코스피지수도 이날 3.18% 떨어진 2416.75에 마감했다. 그리스 재정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조정을 받은 2012년 5월18일(3.40%) 후 5년10개월 만의 최대 하락률이다. 코스닥지수는 4.81% 내린 829.68로 장을 마쳤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0.77% 떨어진 달러당 104.87엔을 기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김은정·최만수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