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5일 서울 체부동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에 있는 한 음식점을 방문해 점주에게 일자리 안정자금을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5일 서울 체부동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에 있는 한 음식점을 방문해 점주에게 일자리 안정자금을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저임금이 점진적으로 오르면 좋은데 한번에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음식값도 들썩들썩하고 있어요.”(서울 체부동 음식점주 박모씨)

5일 정부서울청사 인근 음식문화거리를 찾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식당 주인들은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 힘들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음식값 올릴 수밖에”

김 부총리는 이날 시장 상인들에게 정부 재정으로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물을 나눠주며 “적극 신청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상인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으로 종업원을 해고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 말고 일자리 안정자금을 이용해 사업을 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지난해(6470원)보다 16.4%(1060원) 인상됨에 따라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올해 3조원을 배정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 190만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원을 사업주에게 지원한다.

그러나 상인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한 음식점 사장은 “최후의 보루로 (음식값을) 아직 올리지 않았다”며 사정이 더 어려워지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미 상당수 외식업체는 음식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죽 전문점 ‘죽 이야기’는 지난 1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죽 이야기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많은 가맹점주가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치킨 전문점 KFC가 치킨, 햄버거 등 24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9% 올렸다. 놀부부대찌개와 신선설농탕도 주요 메뉴 가격을 5~14%가량 인상했다.
"최저임금 너무 많이 올라… 음식값 안 올리고 어떻게 버티나"
◆대량 해고 현실화하나

우려했던 해고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작년 말 경비원 94명 전원에게 ‘1월31일부로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입주자대표회 측은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용역업체를 통해 경비원을 고용하도록 전환한 뒤 해고된 경비원을 재고용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해고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파트 경비원 1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작년 11월 내놨다. 전국 아파트 경비원의 5.6%에 해당한다. ‘최저임금이 10% 인상되면 주당 44시간 기준 일자리가 1.4% 감소한다’(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분석도 있다.

◆정부 추가 대책은

정부는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의 추가 대책을 이달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제도를 평가하고 원가를 재산정해 우대수수료율을 조정하는 등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최근 몇 년간 수차례에 걸쳐 카드수수료를 인하한 점을 감안하면 더 내릴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아파트 경비원 등 해고 문제의 해결책도 고민 중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월평균 보수 190만원 미만’ 등 지원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행 초기 큰 틀을 또 바꾸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사각지대가 없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영업 비중이 가장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분석했어야 하는데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일규/심은지/오형주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