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세미나서 "주총 결의기준 개선", "자사주 마법은 착시 현상" 주장

재계와 학계 일부에서 섀도보팅 폐지와 자사주(자기주식) 활용 제한 움직임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등이 30일 주최한 '최근 상법의 주요 쟁점과 해법' 세미나에서 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전무는 "섀도보팅 폐지 후 상당수 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한 주총 결의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경연, 중견련뿐 아니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공동 주최했다.

섀도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주 의결권을 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당초 2014년 말 폐지될 예정이었지만, 주총 운영난을 호소하는 재계 의견을 반영해 올해 말까지 한 차례 조건부 유예된 상태다.

하지만 올해 말로 유예 기한이 만료되면서, 재계에서는 당장 내년 3월 주총 개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는 상법상 주총 개최를 위해 최소한 발행주식 총수의 25%만큼 주주들이 참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와 학계에서는 현행 상법상 '3% 룰'이라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3% 룰은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 룰로 감사·감사위원 선임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이런 의결권 제한은 미국, 일본 등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규제"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3% 룰은 재산권의 일종인 주주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등 문제점이 있지만 폐지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주주총회 결의방법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날 세미나에서는 자기주식(자사주)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의 상법 개정안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국회에는 자기주식 처분 강제, 자기주식 처분방법 제한, 회사 인적분할 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 등을 규정한 상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런 개정안에는 대기업 집단이 분할 등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사주가 오너(총수) 지배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발제자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배주주의 지배력은 기업 분할 전 지배력이 유지되는 것에 불과하고, 마치 지배주주에게 새로운 지배력이 추가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개정안은 불필요한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도 "자기주식의 취득과 보유를 제한하는 것은 자산설(자기주식을 '자산'으로 보는 견해)을 따르는 현행 상법 체계와 판례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자기주식 처분방법 제한 역시 우리나라 기업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제한하는 것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