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외부의 천재' 활용 여부가 기업과 조직의 성패 가른다
지난 7월 초 여러 신문에 18세 인도 소년에 대한 기사가 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최한 경진대회에서 탄소섬유를 활용해 3차원(3D) 프린터로 만든 64g짜리 최경량 인공위성을 출품해 상을 받은 것이다. NASA는 중력 가속도와 자기장 측정을 위해 여덟 개의 센서가 탑재된 이 인공위성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발사하기로 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첫째는 과거 선진국의 전유물이었고 오랜 시간과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인공위성을 인도 시골의 한 소년이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점이다. 둘째는 천재들만이 모인 NASA에서도 경진대회를 통해 이렇게 세계적인 인재들을 받아들여 적극 활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인적 자원의 반감기라는 개념이 있다. 조직학습 관점에서 조직 내 전문 인력의 기술 역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컴퓨터와 같은 첨단산업의 경우 2.8년이라고 한다. 치열한 학습이 없다면 2.8년만 지나면 조직 내 전문 인력 역량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TED에서 소셜미디어 구루인 클레이 셔키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진 자유시간을 합하면 1조 시간이 넘는다는 ‘인지잉여’를 언급했다. 2017년 말이 되면 모바일 보급률이 전체 인구의 54%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제는 조직 밖에 천재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들은 기꺼이 협력할 시간과 의사가 있고, 또 그럴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외부의 자원과 역량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조직과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가 됐다. 외부의 조직·인프라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크라우드와 커뮤니티 활용이다. 지금까지 크라우드 소싱·펀딩 및 커뮤니티 활용 사례는 많이 언급됐지만 크라우드의 또 다른 활용 도구인 경진대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듯하다.

경진대회 자체는 이미 나폴레옹이 러시아로 진격할 때 활용했다. 이를 통해 발명한 통조림법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최근 가장 유명했던 경진대회는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기름 유출 사고 해결을 위한 경진대회였다. BP의 석유굴착장치가 멕시코만 연안에서 폭발하며 가라앉아 7억6000만L가 넘는 기름이 바다로 뿜어져 하와이 본섬 정도 크기의 기름띠가 퍼진 사건이었다. 2010년 7월26일 ‘기름 정화 엑스 챌린지’가 공표됐고 7개월의 마감 시한 동안 약 350개 팀이 참가했다. 최종 1등 팀의 기름 회수율은 업계 최고보다 400% 높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등수 안에 들지 못한 비(非)전문가 팀이 업계 회수율보다 두 배 이상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왜 경진대회가 이렇게 파괴적인 힘을 발휘할까. 첫째는 소규모 조직의 힘이다. 소규모 열정이 있는 작은 조직이 언제나 큰 조직을 앞서 왔다. 소수의 사려 깊고 헌신적인 사람들에 의해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둘째는 제약의 힘이다. 틀 밖에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틀이란 고속도로와 같다.

이런 경진대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구도를 잘 짜야 한다. 경진대회의 성패는 바로 이 구도에 달려 있고 이는 바로 ‘선승구전(先勝求戰: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를 만들어 놓은 뒤 전쟁한다)’과 같다. 경진대회 실행 전에 이미 성공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구도에 대해 여러 가지 고려가 필요하지만 단 세 가지만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대회 규칙에 대해선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적시하라. 둘째, 대회 목표는 성공 가능성과 대담함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잡아라.

셋째, 대회는 신뢰성을 가지고 시작하라. 즉 처음부터 대회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도록 해서 ‘가능할까’가 아니라 ‘누가 우승할까’가 얘기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창록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