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갑질’을 바로잡기 위해 강도가 센 규제 수단을 대거 도입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 이후 첫 번째 과제로 ‘프랜차이즈 갑질 해소’를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불필요한 물품을 강제로 구입하도록 하는 불공정 행위를 원천 차단하거나 가맹점 모집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프랜차이즈 불공정 행위에 엄격한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를 적극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규제 더 세진다…가맹점에 물품강매 '갑질' 원천차단
◆필수물품 정보공개 강화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하반기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가맹본사가 정보공개서에 필수물품(가맹점이 본사로부터 무조건 구입해야 하는 종이컵, 쌀 등의 물품)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정보공개서엔 가맹본부로부터 가맹점주가 구매해야 하는 필수물품 목록만 적혀 있다.

공정위는 △가맹본사의 필수물품에 대한 이윤 부가 여부 △직전연도 필수물품 평균 공급가격 △직전연도 가맹점별 평균 필수물품 구매액 △가맹본부의 필수물품 공급을 통한 이윤 총액 등을 정보공개서에 적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미국 사례도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공정위 역할을 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가맹본사가 정보공개서에 공급업체와 가맹본부 임원의 이해관계, 공급업체가 가맹본부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금액 및 내용까지 적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가맹점 75%, “필수물품 불필요”

공정위가 정보공개 수준을 높이려는 것은 사전 정보가 가맹점에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피자헛, 바르다김선생 등이 필수물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쟁을 겪고 있다.

가맹본사는 ‘브랜드 통일성’과 ‘제품 질 유지’ 등을 들며 필수물품 구매를 강요하지만 가맹점주들은 “굳이 본사로부터 사지 않아도 되는 물품을 억지로 사서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2016년 서울시가 1328개 서울시내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필수물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가맹점의 74.7%는 ‘필수물품 중 시중에서 구입해도 상품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품목이 있다’고 답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가맹본사로부터 구입할 필요가 없는 물품까지도 필수물품으로 지정해 구입을 강요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필수물품 관련 불공정 관행을 근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강한 규제 도입 추진

공정위는 또 가맹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필수물품 정부 허가제’ ‘최소 1년 직영점 운영 후 가맹점 모집 허가’ 등 선진국의 가맹업 규제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호주는 가맹본사가 필수물품 지정 때 당국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고 광고·판촉비용 징수 시 별도계좌 개설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가맹본사가 최소 1년 이상 직영점을 운영한 뒤 가맹점 모집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최초 계약기간도 3년으로 못박아 계약 연장을 무기로 가맹점을 압박하는 본사의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공정위는 규제 강화와 더불어 가맹본사와 가맹점 간 상생협력문화 확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로열티 중심의 가맹본사 수익구조 △가맹점 구매협동조합 확산 △가맹점-가맹본부 간 자문위원회 구성 등을 ‘선진국 모범 사례’로 보고 있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가맹본사의 원·부자재 마진 중심의 불투명한 수익구조는 가맹점과의 끊임없는 분쟁과 상호 불신을 불러일으킨다”며 “본사가 로열티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바꾸고 점주들은 구매협동조합 등을 통해 수익을 높이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