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모바일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모바일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모바일 간편 송금 서비스인 토스(Toss)는 지난해 4월 출시되자마자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공인인증서도, 계좌번호도 필요없이 토스 앱(응용 프로그램)을 깐 뒤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면 터치 한번에 계좌이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충격적일 정도로 간편한 이 서비스에 사용자들은 열광했다. 1년8개월 만에 다운로드 500만건을 넘어섰다. 송금액도 급격히 늘고 있다. 누적 송금액 1000억원을 넘기까지 1년이 필요했지만 1조원까지는 6개월, 2조원은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11월 말 현재 월 송금액은 5000억원에 달한다.

◆‘발상의 전환’으로 규제 돌파

[그래도 창업이 희망이다] "폰번호 누르면 '10초만에 송금'…2년도 안 돼 누적액 2조 돌파"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직원이 50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 창업자인 이승건 대표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치과 의사를 하다가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창업에 도전한 이유를 묻자 그는 “인류 사회를 진보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혁신이고 이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업은 쉽지 않았다. 2011년 처음 창업에 도전해 3년 동안 여덟 가지 아이템에서 실패를 거듭했다. 토스는 그의 아홉 번째 아이템이다.

그나마 이것도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2014년에 그가 처음 이 서비스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을 때 모두 뜯어말렸다고 한다. 송금 서비스를 위해 은행과 제휴하는 것도, 공인인증서 관련 규제를 푸는 것도 스타트업이 하기엔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의 불편함에 초점을 맞추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송금 절차가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면 사람들이 반응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발상의 전환’으로 규제의 벽을 넘었다. 자동이체를 신청한 기부금이 별도의 절차 없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대표는 “자동 요금납부를 위해 개발된 은행의 자동출금(CMS) 기능을 이용하면 공인인증서는 물론 저장된 카드번호 없이도 송금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오픈베타 서비스를 한 2014년만 해도 토스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비법(非法)’의 영역에 있었다. 이 대표는 “은행과 제휴해야 서비스가 가능한데 은행마다 이 서비스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며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고서야 합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17개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 씨티은행을 제외한 15개 은행 사용자는 토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18년 말까지 사용자 1000만명을 넘기는 것이 목표다.

◆“금융상품 중개 플랫폼으로 확장”

그가 송금 서비스에 뛰어든 것은 기존 송금 방식이 너무나 불편한 탓도 있지만 시장이 왜곡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PC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결제를 수단별로 나누면 신용카드 60%, 계좌이체 30%, 휴대폰 결제 10% 수준이었는데 모바일로 바뀌면서 신용카드 비중이 90%까지 올랐다”며 “편하게 계좌이체를 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쉽게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만 제공한다면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 많다. 기존 은행은 물론 카카오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도 비슷한 송금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알리페이 등 외국 서비스의 한국 진출도 위협적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하는 것도 ‘숙제’다. 최근 현대카드와 협업해 공인인증서 없이 목소리 확인만으로 30초 안에 대출이 이뤄지는 소액대출 서비스를 선보였다. 모바일 음식 배달 서비스인 배달의민족과 제휴해 간편결제 시스템 토스페이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각종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