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트럼프 당선, 최순실 사태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필요하다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 가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불확실성이 오래 지속된다면 경제심리 위축,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야기하고 성장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내외 정치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곧바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1차적으로는 금리 급등 시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대응이 있을 것이고 이밖에 다양한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자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크게 요동친 바 있다.

이 총재는 "예상과 다른 결과에 금융시장이 하루 이틀 크게 출렁였다"며 "그간 트럼프 당선자의 승리 가능성을 과소 평가하고 공약에 대해선 과도하게 우려한 측면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실제 트럼프가 당선 후 포용적인 수락 연설을 하면서 금융시장 불안감은 빠르게 완화됐다. 또 트럼프가 감세, 재정지출,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경기부양 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감은 금융경제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게 이 총재의 판단이다.

다만 그는 금융시장이 현재의 안정세를 지속할 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공약 중에서도 대외교역(TPP철회, FTA재논의 등)이 정책화된다면 세계 교역은 물론 국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경제진영이 짜여지고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금융시장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나타날 외환시장 변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드러냈다. 트럼프는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으며, 국내 외환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 원화 절상 압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율이 과도하게 급등락할 경우에만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한은의 원칙과 스탠스를 트럼프 정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트럼프 당선 이후에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정부가 바뀌었다고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의 고용과 물가 상황 개선이 지속되고 있고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한 만큼 Fed가 12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금리 인상 속도 역시 정치적 영향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며 "대다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내년 적정 금리 인상 시기를 2회로 보고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그 전망이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