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日롯데서 거액 급여 의혹…롯데 "日롯데 경영에 실제 참여"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뚜렷한 역할 없이 한국 롯데 계열사로부터 약 10년 동안 400억원의 급여를 받은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과 맏딸 신영자 롯데문화재단 이사장도 횡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사 경영에 거의 기여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과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 수십억원씩 꼬박꼬박 급여를 챙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일본 롯데로부터 거액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해 롯데는 "신 회장은 직함과 역할을 갖고 한·일 두 나라를 오가며 실제로 경영에 참여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한국 경영 잘 모른다" 신동주, 작년 20억 보수

지난 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호텔롯데·롯데건설·롯데상사 등 한국 롯데 계열사 7~8곳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 놓고 400억여원의 급여를 받은 점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작년 한해에만 호텔롯데와 롯데건설로부터 각각 5억2천700만원, 14억8천800만원(퇴직금 13억6천300만원 포함)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뒤 롯데상사·롯데리아·롯데알미늄·부산롯데호텔·롯데건설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처럼 20억원이 넘는 퇴직금과 급여를 받은 만큼 이전 연봉의 규모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횡령 성립 여부는 신 전 부회장이 어느 정도 한국 롯데 경영에 간여하고 역할을 했는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노동 전문 변호사는 "검찰이 실제로 오너가(家) 등기이사의 급여 수령에 횡령 혐의를 적용한다면 그들이 유형·무형으로 해당 계열사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놓고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전 부회장의 경우 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 이후 한국 경영에 대한 개입 사실을 부인해왔다는 점이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4일 발행된 일본 주간지 '다이아몬드 (週刊 ダイヤモンド·약 13만부수 잡지)'는 신 전 부회장과의 특별 인터뷰를 실었는데 여기에서 그는 "한국 경영에 관해서는 거의 실태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 신격호·신영자, 치매·비리에도 28억~40억 급여

만약 신동주 전 부회장의 급여가 부당하게 회삿돈을 착복한 횡령에 해당한다면 신격호 총괄회장과 장녀 신영자 롯데문화재단 이사의 급여도 논란거리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는 이미 지난달 31일 법원이 후견인(법정대리인)을 지정하면서 사실로 공인된 상태다.

법원은 심판문에서 2010년, 2012, 2013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외래 진료 당시 기억력·지남력(시간·장소·주변 등에 대한 인식능력) 장애를 호소한 점, 2010년께부터 아리셉트(Aricept), 에이페질(Apezil) 등 치매 관련 치료 약을 지속해서 복용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처럼 '정상 사무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10억원), 롯데건설(5억원), 롯데쇼핑(16억원), 호텔롯데(10억원) 등으로부터 41억원에 이르는 급여를 받았다.

특히 롯데쇼핑은 지난 2분기에만 무려 640억원의 영업손실(적자)을 내고도 올해 상반기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작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8억원의 보수를 줬다.

정신건강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작년 10월 총괄회장 집무실(소공동 롯데호텔 34층) 관할권이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넘어간 이후 신 총괄회장은 롯데쇼핑을 비롯한 그룹 어느 계열사로부터도 업무보고 한번 받지 않았다.

신영자 롯데문화재단 이사장의 급여에 대해서도 정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신 이사장은 현재 롯데쇼핑·호텔롯데·호텔롯데부산·롯데자이언츠 등의 등기 이사다.

그러나 롯데그룹 내부에서조차 신 이사장의 계열사 이사 역할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듣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신 이사장이 촉발한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사건으로 지난 6월 이후 호텔롯데는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신 이사장 본인은 현재 구속된 상태다.

이처럼 경영에 실질적으로 거의 기여한 바가 없는 오너가 80억원대 뒷돈과 횡령 혐의로 기소돼 호텔롯데 이미지와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지만, 호텔롯데는 올해 상반기 8억5천만원의 급여와 4억9천600만원의 '보너스'까지 지급했다.

작년에도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으로부터 27억6천800만원의 급여를 받은 바 있다.

◇ 신동빈도 일본 롯데서 급여…롯데 "직책 갖고 활발한 활동"

검찰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일본 급여 상황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처럼 신 회장도 일본 롯데 계열사에 이사 등으로 이름만 올리고 총 100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롯데는 "신 회장이 일찍부터 일본 롯데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며 정당한 보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 회장은 1990년 일본 ㈜롯데 이사역에 취임했고, 1995년 이후 일본 프로야구단 지바롯데마린스의 대표 대행을 맡고 있다.

2001년에는 일본롯데리아 부사장에, 2006년에는 ㈜롯데 부사장에 선임됐고 2009년 일본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수시로 오가며 일본롯데상사, 메리초콜릿, 일본롯데아이스 등 일본 계열사들로부터도 직접 정기적으로 업무보고를 받아왔다"며 "2005년에는 美 메이저리그 명감독 바비발렌타인 감독을 영입해 지바롯데를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 회장이 한국 뿐 아니라 일본 금융권 및 재계 인사들과의 폭 넓은 접촉으로 현지 경영에 기여한 점도 인정받을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