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가격 상승·김영란법·폭염 '삼재'에 매출 '뚝'
"예전 명절매출 절반이나 올릴 수 있을지…걱정 태산"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축산물 유통시장이 한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한우가격 상승,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폭염 등 '삼재(三災)'가 겹치면서 지난 설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매출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추석 연휴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에 있는 수원축협축산물유통센터.
명절 대목을 앞두고 쇠고기와 돼지고기 입·출고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뤄야 할 이곳에 트럭 3대만 덩그러니 서 있다.

지난 설을 비롯해 명절을 한 달여 앞두고 항상 전국 고기 도·소매점과 중간유통업체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수원축협 유통기획팀 문모 차장은 "입·출고 데크에 고기를 싣는 차들이 꽉 차 있어야 하는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마치 모두 휴가를 간 것 같다"면서 "고기를 사가지 않으니 오더(주문)도 없고 유통도 없다.

체감경기가 너무 심각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원축협축산물유통센터는 예년에는 명절을 한 달 앞두고 한우 1천100∼1천300두를 부위별로 가공 작업해 15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한우가 고급육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명절 선물로 수십만 원짜리 등심과 갈비 선물세트가 불티나게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한우 가격이 급등한 지난 설 때도 150억 원엔 못 미쳤지만 그런대로 매출이 괜찮았다.

그러나 이번 추석을 앞두고는 전혀 소비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00억 원은 고사하고 절반이나 올릴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고 상인들은 울상이다.

부위별로 가공한 한우와 돼지고기 상품으로 가득 차야 할 이곳 유통센터의 냉동창고는 예전의 절반 수준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다.

주문이 없기 때문이다.

축협 측은 한우 가격이 오른 데다 다음 달 말 시행 예정인 김영란법의 영향이 적지 않고, 이상고온이 지속하면서 고기를 찾는 소비자의 수요가 감소한 것을 '삼재'로 비유하며 축산유통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축협 관계자는 "올여름은 너무 더워 휴가나 캠핑을 가는 사람들이 고기를 사지 않아 타격이 크다"면서 "여기에다 김영란법을 의식해 고급 한우 선물세트 구매를 하지 않는 것도 원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영란법에는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 원이 넘는 음식 대접을 받거나 5만 원이 넘는 선물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이 담겨 있어 아무래도 명절 선물 시장이 위축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명절인 올 추석 시장을 겨냥해 김영란법에 특화된 상품세트를 마련했다.

등심, 갈비 등 기존의 고급 부위로는 5만 원 이하 선물세트를 구성할 수 없게 되자 불고기용 한우와 돼지고기를 섞어 4만9천900원짜리 '불고기 세트'를 구성했다.

명절 선물 1순위는 '한우 갈비'였으나 비싼 갈비는 선물세트에 넣을 수 없고, 비교적 가격이 싼 부위인 국거리용 양지도 5만 원 이하로 구성할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한우와 돼지고기 불고기 부위를 조합한 것이다.

여기에다 한우의 부산물인 뼈만으로 4만9천900원짜리 선물세트도 만들었다.

수원축협은 이 4만4천900원짜리 선물세트를 다음 주부터 시판할 예정이나 이번 추석 명절 때 얼마나 팔릴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원축협은 각 축협 매장, 온라인 쇼핑몰 '고기샵 (www.gogishop.co.kr)'에서 시중보다 15%가량 저렴하게 한우와 돼지고기를 구입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많은 이용을 당부했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