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공장을 둘러보며 품질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공장을 둘러보며 품질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서방의 경제제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시장에서 움츠러들지 말 것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현지 공장을 점검하면서 “러시아 시장에 기회는 다시 올 것”이라며 “당장 어려움이 있더라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기 넘기면 기회 온다”

정 회장은 이날 공장에서 현지 직원에게 “러시아 시장이 회복됐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기회가 왔을 때 우리 브랜드가 시장에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현대차와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전년 대비 13.5% 감소한 32만4701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러시아 전체 자동차 시장이 35.7% 감소함에 따라 시장점유율은 15.1%에서 20.3%로 오히려 늘어났다. 다른 글로벌 업체들이 현지 생산을 중단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현지 부품 조달을 늘리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소형차 생산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러시아 전체 시장이 14.1% 줄어든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전년 동기 대비 13.9% 감소한 13만4100대를 판매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전략 차종인 쏠라리스(한국명 엑센트)와 리오(한국명 프라이드)는 올 들어 지난 6월 말까지 각각 4만5930대와 3만9454대 팔리며 베스트셀링카 1위와 3위를 달리고 있다.

정 회장은 전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호텔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만찬을 하며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이 고군분투하는 여러분이 애국자”라며 “위기를 넘기면 기회가 오는 만큼 러시아 시장 확보를 위해 전념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신차 투입으로 시장 확보 나서

현대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를 현지 생산하며 러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크레타는 지난해 인도 시장에 출시돼 인도 SUV 시장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끈 모델이다. 정 회장은 이날 공장에서 크레타 생산 라인을 꼼꼼히 살피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에 불고 있는 SUV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부터 러시아 공장에서 크레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일부 글로벌 업체는 판매와 수익성이 감소하자 공장을 폐쇄하거나 조업을 중단하고 감원하는 등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생산 차종을 추가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 공장 점검을 마친 정 회장은 슬로바키아와 체코로 이동해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 품질을 점검할 계획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