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이사 더민주 비례대표 당선안정권에 배정
새 이사 선택할 시간 부족…25일 주총에선 연임될 듯

KB금융지주가 최운열(66)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의 사외이사 연임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최 교수를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하면서부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3월 KB금융 내분 사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사외이사에 합류한 최 교수는 오는 25일 열리는 KB금융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연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 교수가 전략공천 대상으로 비례대표 당선안정권인 4번에 배정되면서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국회법상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KB금융으로서는 최 교수가 20대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 '포스트 최 교수'의 대안을 찾는 게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총이 하루밖에 남지 않아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기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게다가 후보를 추천하려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데 최 교수가 하필이면 사추위 위원이다.

현재 사추위 위원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비롯해 최영휘 이사회 의장, 유석렬 이사, 최운열 교수 등 4명이다.

또 다른 걸림돌은 최 교수의 거취 표명 여부다.

최 교수가 사외이사를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이번 주총에서 KB금융이 교체 카드를 내놓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최 교수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우리가 무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KB금융 안팎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최 이사가 연임할 공산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업무 공백 우려다.

더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로서 유세 지원 등 '정치활동'을 하다 보면 사외이사로서의 업무를 등한시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최 교수가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그동안 이사회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보였다는 점에서 최 교수의 공백이 KB금융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KB금융의 이사회는 대표이사 회장,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7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최 이사는 국민은행, 우리금융지주, 대우캐피탈, 삼성카드, KTV자산운용 등 주요 회사의 사외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

작년 KB금융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안건 검토 및 회의참석 등으로 약 72시간을 사용했고, 보수로 5천600만원을 받았다.

KB금융은 내부평가와 동료평가를 통해 최 이사의 활동에 대해 "국내 자본시장의 전문가로서 다양한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경험을 토대로 균형 잡힌 의견을 제시하는 등 사외이사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