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CFO 리포트] SK CFO는 CEO의 분신…위기때 전권 갖고 '안정적 성장' 주도
SK그룹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고경영자(CEO)의 분신(分身)으로 통한다.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그룹 전체가 어려움에 빠졌던 2013년 초부터 2015년 8월까지 각 계열사 CFO는 CEO를 도와 위기 돌파를 주도했다는 게 SK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SK그룹 CFO들은 최 회장이 지난 8월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현업에 복귀한 이후 최 회장이 주도하는 ‘제2 창업’을 보좌하며 실무를 주도하고 있다. CEO의 권한을 일부 위임받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언젠가 CEO로 승진할 수 있는 잠재적 후보로 꼽히기도 한다.

◆주요 계열사 CFO는 누구

SK의 ‘CFO 사관학교’는 SK이노베이션(옛 유공)이다. 유공에서 SK(주)(1997~2007년)→SK에너지(2007~2011년)→SK이노베이션(2011년 이후) 등으로 이름이 바뀌면서도 핵심 CFO를 적잖이 배출했다.

김헌표 SK네트웍스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은 1986년 유공에 입사한 뒤 주로 전략업무를 담당했던 ‘전략통’이었다. 그는 2011년 SK가스에서 SK네트웍스로 자리를 옮긴 뒤 재무 및 전략을 함께 맡았다.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회사의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안정화를 주도하고 있다.

SK가 2012년 인수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계열사가 된 SK하이닉스에도 1987년 SK에너지 경리부로 입사한 이명영 재무본부장(전무)이 근무하고 있다. SK가스, SK네트웍스에서 재무담당 임원을 지낸 뒤 SK하이닉스로 2012년 자리를 옮겼다.

조경목 SK(주) 부문장(전무)도 1986년 유공 재정팀에 입사했다.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 SK(주) 재무실장 등을 거쳐 2013년부터 CFO를 맡고 있다. 지난 8월1일 SK(주)와 SK C&C 간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양사 재무 및 기업설명회(IR) 기능을 묶어 통합 시너지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출신인 안동현 SK케미칼 재무지원실장(상무)과 이해원 SK가스 재무관리실장(상무)도 각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신성장 동력 발굴 등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89년 SK(주)로 입사한 임영문 SK건설 재무지원부문장(전무)은 SK건설내 정보통신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U(유비쿼터스)-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50% 지분을 매각했다. 이를 통해 U-사업부문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성을 확보하고, SK건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CFO 외연 확장한 공무원 출신들

SK 재무라인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그룹 내 ‘빅2’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CFO가 모두 전직 엘리트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이다. 차진석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전무)은 배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9회 행정고시 재경직에 합격했다. 총무처, 국세청, 옛 재정경제부 등에 근무한 뒤 2000년 SK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에 들어왔다. SK에너지 자금담당 등을 거쳤다.

중국 시노펙, 사우디아라비아 사빅, 스페인 렙솔 등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주도해 SK이노베이션의 해외 시장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 상반기에는 비핵심자산 매각으로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행시 29회), 박종호 한온시스템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30회), 문홍성 두산 전략지원실 부사장(31회) 등이 차 본부장과 비슷하게 공직에서 기업으로 옮긴 대학 동기들이다.

이용환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상무)은 행시 34회 수석합격자다. 국무조정실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가 옛 정보통신부로 자리를 옮겼다. 정통부 장관 비서관, 행정안전부 유비쿼터스기반과장을 거쳐 2008년 SK네트웍스 정보통신사업전략담당 상무로 입사했다.

이들은 외부 출신으로 SK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관·재계에 폭넓게 퍼져 있는 이들의 인맥이 SK의 재무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SK 관계자는 “CFO가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 세무 등의 업무를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게 인적 네트워크”라며 “이런 점에서 차 본부장과 이 실장은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CEO가 된 CFO들

SK 최고경영진 가운데는 CFO 출신이 상당수다. 계열사 간 의사결정 조율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김창근 의장, 하성민 윤리경영위원장이 SK를 대표하는 ‘재무통’이다. 핵심 계열사 CEO 가운데는 조대식 SK(주) 사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조기행 SK건설 사장, 유정준 SK E&S 사장(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위원장) 등이 재무 출신이다.

김 의장은 용산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했다. 1974년 선경합섬(현 SK케미칼) 울산공장 관리부 노무과에 입사한 뒤 자금부장을 거쳐 선경그룹(현 SK그룹) 재무팀에서 일했다.

하 위원장은 동래고,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선경그룹에 입사한 뒤 2000년 신세기통신 재무관리실장, SK텔레콤 경영기획실장, 전략기획부문장 등을 거쳤다. 조대식 사장은 대성고, 고려대 사회학과를 거쳐 미국 클라크대에서 MBA를 졸업했다. SK(주) 경영분석실장, 사업지원부문장, 재무팀장 겸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을 지낸 뒤 2013년 SK(주) 사장이 됐다. 장 사장은 경북사대부고,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과 전략조정실장을 거쳐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SK텔레콤 사장 자리에 올랐다.

조기행 사장은 1981년 입사해 2000년 SK구조조정추진본부 재무구조 개선팀장(상무)을 시작으로 SK투자회사관리실 재무구조개선담당 전무, SK에너지 경영지원부문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SK건설 사장을 맡고 있다. 유정준 사장은 경기고,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LG건설 등에 근무하다 1998년 SK(주) 종합기획실장 상무보로 입사했다. 2003년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SK(주) CFO였다. 당시 채권단과 출자전환 협상을 무난히 마무리 지어 위기를 돌파한 공신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