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경복궁 옆 부지에 결국 호텔 대신 복합문화센터를 짓기로 하면서 삼성의 ‘예지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 18일 복합문화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한 서울 송현동 부지 3만6642㎡는 도심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로 원래 삼성생명이 소유했던 땅이다. 삼성생명은 이 땅을 2002년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약 1785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5년 동안 개발하려고 동분서주했지만 건축 규제가 까다로워 포기했다.

대한항공은 이 땅을 2008년 2900억원에 사들였다. 이곳에 7성급 호텔을 짓겠다며 지난 7년간 뛰었다. 하지만 풍문여고 등 3개 학교와 접해 있어 학부모와 시민단체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정부가 2013년 ‘유해시설 없는 관광호텔은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 지을 수 있다’는 취지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땅콩회항 사건’ 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것이 끝내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이곳에 복합문화센터를 짓기로 결론지었다.

업계에서는 개발을 포기하고 땅을 판 삼성생명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확한’ 예측으로 시간과 돈을 아꼈을 뿐 아니라, 5년여 만에 11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까지 남겼기 때문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