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형 위기 때문…경제민주화 등 정책은 새정부로 미뤄

정부가 27일 내놓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정부 이양기에 세웠다는 점에서 예년과 큰 차이를 보인다.

새로운 정책들을 담되 경제상황과 내년 경제전망을 상세하게 진단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거시경제 안정 등 체계적인 위험관리에 주력하고 새로운 정책과제는 새정부 출범 이후로 미뤘다.

정권 이양기의 정책방향만 제시했을 뿐 알맹이 격인 각론은 비워둔 셈이다.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3.0%는 주요 기관의 예측 가운데 가장 비관적으로 새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에 어떤 부담을 지울지 주목된다.

◇새정부 출범 전까지는 위기관리에 주력…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실질적인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내년 3월에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새정부의 출범을 고려해 경제전망 위주로 작성한 경제정책방향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달했다.

박 당선인을 중심으로 인수위원회에서 현 정부의 진단을 참고해 대선 공약을 구체화한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정하면 기재부는 내년 3월께 대통령 업무보고 등 형식으로 다시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게 된다.

이번 `2013년 경제정책방향'은 내년 2월까지만 유효한 임시안에 불과하다.

최상목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에 적극적인 내용은 담지 았다"며 "이 정부의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경제활력대책회, 위기관리대책회의 등에서 내년에 추진하기로 발표한 과제 위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바뀌면서 생기는 `정책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위험관리에 역점을 두면서 기존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거시와 금융, 외환위험요인을 정기로 점검하고 내년 2월에 거시경제금융안정보고서를 발간할 방침이다.

거시건전성과 관련해 상황별 대응계획을 갱신하고 필요에 따라 선제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내년에도 중앙과 지방 모두 상반기에 재정집행 목표를 60% 수준으로 설정해 연초부터 즉시 집행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하고, 경기상황을 고려한 탄력적인 재정운용방식을 활용해 재정의 경기보완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상목 국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민간의 회복 여력이 특히 미약할 것으로 보여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대책ㆍ무상보육 등 대선공약 핵심은 빠져
내년 계획이지만 수립 주체가 이명박 정부라는 점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핵심 대선공약인 가계부채 대책과 무상보육, 대기업 규제 등의 내용은 빠졌다.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가계부채 대책은 증가속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대출구조를 개선하는 등 기존의 연착륙 노력을 지속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박 당선인의 공약인 공공기관이 `하우스푸어' 주택의 지분 일부를 사주는 `보유주택 지분 매각제도'를 도입해 주택 소유권을 보장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5세 이하 아동 무상보육을 전 계층에 시행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을 담는 대신 보육과 유아교육을 통합한 `누리과정'을 5세에서 3ㆍ4세로 확대한다는 기존 정책만 제시했다.

경제민주화 정책으로는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문화를 계속 확산하는 방안만 내놨다.

재벌그룹이 거느린 금융 계열사가 재벌이나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강력히 규제하기로 대선 공약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을 주요 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3.0%로 제시하는 등 예년보다 경제전망 부분은 상세하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특히 `끝나지 않은 도전'이란 표현도 썼으며 "여전히 위기는 진행형이며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대두하는 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과 불확실성 장기화에 따른 심리위축 등으로 잠재 수준을 밑도는 성장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도 했다.

정부는 새정부에 권고하는 성격에 가까운 `향후 과제'로 "리스크 요인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대비 강화가 더욱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또 "대응 여하에 따라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으므로 기존 추진과제들을 잘 마무리하고 변화된 여건에 따른 새로운 과제도 착실히 준비해 또 다른 도약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