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잇따른 저축은행 부실 및 비리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정부는 총리실 주도로 전면적인 금융감독체계 변경 검토에 들어갔다. 올초엔 총리실 산하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정순섭 서울대 금융법센터 교수팀에게, 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은 김홍범 경상대 교수 등에게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연구 결과는 이미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두 개의 용역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8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된 주요 이슈와 개편방안 비교(한국행정연구원)’ 및 ‘총리실 산하 태스크포스(TF)팀 감독체계 개편 용역보고서(요약본)’에 따르면 김홍범 교수 측과 정순섭 교수팀의 보고서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 측은 보고서를 통해 금융감독체계에서 이른바 ‘모피아(경제관료)’ 출신들의 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때문에 금융정책과 감독을 관장하는 조직을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감독의 중립성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 금융위원회에서 관장하고 있는 금융정책 업무를 기획재정부로 이관시키고 재정부가 국내외 금융정책을 총괄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은 공적민간기구로 유지,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신 금감원의 최고의결기구로 금융감독위원회를 두고 위원장과 원장을 겸하게 하는 쪽을 제시했다. 금감위는 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당연직으로 하고 5명 이상의 순수 민간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에 대해선 금감원에서 굳이 따로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가 유기적인 업무인 데다 별도의 조직을 두면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정 교수팀의 용역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반대다. 정 교수팀은 1안으로 금융부 또는 금융청의 신설, 2안으로 금융감독청 및 금융소비자청 신설 방안을 제안했다. 참고용으로 3안(금융청 및 소비자위원회 신설, 금감원의 검사 기능 유지)과 4안(금융조사청, 건전성감독원, 영업행위감독원 신설 등)도 함께 내놨지만 1안과 2안을 기본안으로 제시했다.

1안과 2안 모두 금융정책 기관(금융위)과 금융감독 조직(금감원)을 묶어 정부조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기구인 금감원을 공조직으로 전환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검사와 조사에 대한 권한을 확대시키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금감원에 있는 1700명의 민간 직원은 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뀐다.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등은 이원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말인 데다 보고서 결과도 서로 다른 점 등을 부담스러워해 정부가 용역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 같다”며 “용역보고서를 공개하고 공론화해 새 정부 조직개편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