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킨들에 `도전장'..유료화 전기 마련에 `촉각'

애플이 27일(현지시간) 선보인 태블릿PC `아이패드'는 비단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미디어 산업 전반의 유통혁명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칠 파장의 추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신문과 출판업계 등 구 미디어 업체들이 애플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애플이 기존에 내놓은 아이팟과 아이폰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인터넷 상의 음원 콘텐츠 유료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출시를 하루 앞둔 26일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의 태블릿PC 출시는 시계추를 거꾸로 돌려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유통 초기의 상황을 재연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사 등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익숙한 시장의 유통구조를 바꿀 전기를 마련할 수 있으리란 것.
이미 애플은 아이폰의 성공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매력적인 사용자 기반(UI)을 갖춘 기기를 통한 콘텐츠 과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시장에서 증명해 보였다.

미국의 신문잡지 발행부수 공사기구인 ABC협회의 최근 설문 조사에서도 인쇄매체들은 스마트폰과 전자책 리더 플랫폼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절반 이상은 스마트폰이 3년 안에 출판물의 주요 유통 경로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4.
물론 유료화 성공 여부는 사용자들이 아이패드가 제공하는 환경에 얼마나 끌리느냐에 달렸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시연회에서 입체형 가상 서가를 통해 NYT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검색하고, 왼편, 오른편 클릭만으로 내려받은 책의 페이지 전환이 가능한 매력적인 사용자 환경을 보여주었다.

애플은 또 사용자가 아이북을 통해 아이패드에 내려받은 콘텐츠를, 흑백이나 컬러 등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 모니터를 통해 전자책을 볼 경우 쉬 피로감을 느끼는 현상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아마존의 킨들 등 기존 전자책 리더들도 흑백의 종이 질감을 살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잡스는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이 킨들과 함께 전자책 거래의 영역을 개척해왔으나 이제 우리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며 "아이폰을 지원하는 아이튠즈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사용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아이북 사용에 친숙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을 상대로 한 말 그대로의 선전포고다.

애플은 시연회를 통해서 아이북 장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하퍼콜린스, 펭귄, 사이먼 앤 슈스터, 맥밀란, 하체트 북 그룹 등 미국내 5개 주요 출판업자들 이외에도 이날 오후 콘텐츠 제공업체들을 추가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혀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폈다.

하지만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은 다소 신중한 편이다.

시연회를 살펴본 뉴스위크의 대니얼 라이언스 기술부문 편집자는 청중들의 반응이 의외로 미지근한 편이라고 전했다.

아이패드에 배열된 아이콘들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고립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지적과 일부 아이폰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들을 구현하기에는 엉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불만도 제기됐다.

플랫폼을 독점하려는 애플의 전략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TV방송업계는 애플이 자신들의 일부 프로그램만을 골라 판매하겠다는 전략에 반발하고 있으며, 음반업체들은 애플이 구매자와의 사이에서 강력한 중개자 역할을 하며 수익 악화를 제대로 보전해주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아이패드가 음원 외에도 신문과 잡지, 서적 등 구 미디어 업체들의 수익성 회복을 실현하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지 여부는 이제 시장의 반응과 그에 대한 애플의 기민한 대응에 달렸다.

미디어 업계가 원하는 바대로 아이패드가 시계추를 돌려 유통구조의 판을 다시 짜는 전기를 마련하게 될 지, 아니면 킨들과의 경쟁, 나아가 구글이 지배하는 무료 콘텐츠 중심의 온라인 유통 구조 속에서 힘을 써보지 못한 채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처럼 시장의 소수로 남게 될 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