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균 국제금융센터 소장(사진)은 27일 두바이 국영기업의 채무상환 유예(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촉발된 금융쇼크와 관련,"전면적 글로벌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정 소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해 해외 투자은행(IB) 대다수가 두바이 쇼크의 전염 가능성이 크지 않고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두바이 쇼크가 연초에 이미 예견된 일이란 점을 들었다. 정 소장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상당수 IB가 두바이식 투자전략에 대해 재평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어왔다"며 "무리하게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대외 채무 급증이 불러온 게 이번 쇼크"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바이 국영기업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따른 리스크는 대부분 중동시장 투자 규모가 큰 유럽계 대형 은행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날 하루 동안 유럽 증시가 3.3%,특히 은행주가 4~8% 하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바이 쇼크가 동유럽 지역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봤다. 정 소장은 "동유럽 일부 국가의 경상수지,성장률,실업률 등 각종 지표가 여전히 좋지 않지만 디폴트를 우려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이르지는 않고 있다"며 "연초부터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적극적으로 동유럽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리스크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두바이 쇼크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날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지만 심리적 불안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두바이 등 중동지역과의 교역 및 투자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몇몇 기업을 빼고는 국내 기업의 신용공여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그러나 이번 두바이발 쇼크가 당분간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유럽계 대형 은행의 부실 자산이 드러나는 정도로 보이지만 이번 사건에 이어 또 다른 금융리스크가 터질 수 있다는 불안심리를 자극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내년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동과 유럽 은행들의 추가 신용공여가 드러날 경우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가늠할 수 없다"며 "국내 환율 및 주식시장도 다음 주 초까지는 간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