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파고를 비교적 잘 넘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상품수지 흑자가 266억달러를 기록,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고 한다. 그렇다면 세계경제 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도 우리경제는 계속 순항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위해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부터 보자.이번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금융기관들이 대출채권을 무모하게 파생상품화해 과다하게 시장에 공급한 데 기인한다. 그러나 근본원인은 국제수지의 글로벌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소비지출의 지속적인 증가로 미국은 경상수지적자가 계속 확대되고 대외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들 적자는 중국,일본,한국 등 동아시아국가들의 저축과 서아시아의 오일머니에 의해 보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균형은 계속해서 유지될 수는 없고 언젠가는 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바람직한 조정과정은 미국의 저축률이 서서히 높아져 점진적으로 불균형이 해소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조정과정은 금융위기라는 형식을 빌려,자산가치를 폭락시키고 미국 가계의 소비지출을 급격히 줄여 저축률을 급반등시키는 경착륙의 형태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이러한 불균형은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이미 미국정부는 달러화의 약세를 용인하고 있는 반면,중국을 비롯한 경상수지 흑자국가들의 인위적인 외환시장개입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상품의 수입에 대한 비관세장벽 등 흑자국들의 각종 수입억제책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한다.

우리 원화가치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원화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정부의 외환시장개입은 그 효과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환율조작국이라는 혐의를 받아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위기 이후에 새롭게 형성될 경제환경에서는 세계경제는 성장률과 더불어 교역규모 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경제는 경상수지는 말할 것도 없고 상품수지마저도 큰 폭으로 흑자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국제수지상 서비스수지는 계속 적자폭이 확대돼 우리 경상수지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상품수지흑자의 지속적인 확대가 힘들어진 상황에서는 서비스수지 개선을 통해 우리 경상수지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서비스산업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기도 하다. 제조업부문은 성장이 지속되었음에도 고용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작년 통계를 보면 제조업은 부가가치기준으로 12.9% 성장했으나 종사자는 1.8% 감소했다. 새로운 일자리는 서비스산업에서 창출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서비스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낙후돼 있다. 우리 서비스산업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제조업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의 서비스산업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 서비스상품,특히 고품질의 서비스는 일부 고소득층을 위한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변해야 한다. 이제 서비스상품은 더 이상 비교역재가 아니다. 여행,스포츠, 문화관광 등 여가활용 서비스는 물론이고 의료,교육 등 사회적 성격이 강한 서비스도 이미 상당수의 국민이 해외에서 구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화감 조성이라는 이유로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정부는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를 훨씬 강화해 국민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에 비해,여러 면에서 차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대폭 철폐해야 한다.

홍기택 < 중앙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