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영'의 한계를 상징하는 사건일까. 세계 최고 컨설팅 기업으로 꼽혀온 맥킨지가 간판급 '스타' 컨설턴트의 내부자거래 연루로 명성에 먹칠을 했다. 특히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컨설턴트는 맥킨지에서 '지식경영'을 주도한 인물로 윤리가 동반되지 않은 지식경영의 한계와 추락상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미국 헤지펀드인 갤리온그룹의 라즈 라자라트남 회장과 함께 미 검찰에 내부자거래 혐의로 체포된 5명의 용의자 중 맥킨지의 파트너인 아닐 쿠마르 이사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미 검찰 조사 결과 쿠마르는 반도체업체인 AMD 등 컨설팅 고객 회사의 고급 정보를 라자라트남에게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연방검찰은 지난 16일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불법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헤지펀드계 거물인 라자라트남 회장과 업계 관계자 등 6명을 긴급 체포했다. 라자라트남과 공모자들은 직무상 알게 된 구글 IBM 힐튼 등의 내부 정보로 2006~2009년 2000만달러(약 233억원) 이상의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쿠마르 이사는 맥킨지의 선임파트너 4000여명 가운데서도 정보기술(IT) 분야 간판 스타 컨설턴트였다. IT 분야에 대한 식견과 풍부한 인도 인맥으로 승승장구했던 쿠마르는 '지식경영'을 들고 나와 맥킨지의 이름을 드날린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1998년 인도 뉴델리에 '맥킨지 지식센터'를 설립,수백명의 기술 분야 전문가들과 첨단기술 분야에 특화된 조사인력,애널리스트들이 맥킨지 컨설턴트들을 실시간으로 보좌하도록 하면서 맥킨지 내에서 명성을 얻었다. 이 같은 '지식 아웃소싱 프로세스'는 이후 맥킨지의 여러 사업 부문으로 전파돼 투자은행,주식중개,헤지펀드 관련 사업 분야에도 속속 반영됐다.

쿠마르는 또 인도 남부 하이데라바드에 명문 인도경영대(Indian School of Business) 설립을 주도하고 이사직을 맡는 등 소위 지식과 경영을 접목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한 전직 맥킨지 컨설턴트는 "쿠마르가 인도에 지식센터를 설립한 것은 당시로선 대단히 선도적이며 개척적인 일로 평가받았다"며 "쿠마르는 매우 야심차고 주도면밀한 사람이다"고 전했다.

인도 명문인 인도공과대(IIT)를 졸업하고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친 쿠마르는 1986년 맥킨지에 입사한 이후 인도 관련 사업을 주무대로 활동했다. 인도 재계와 학계의 방대한 인맥을 사업에 적극 활용했고 세계 인명사전인 '후즈 후'에도 등재되는 등 이번 내부자 거래가 들통나기 전까지 부와 명성을 한몸에 얻으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맥킨지로선 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고객사의 비밀 유지를 가장 중요한 기업윤리로 내세우고 있는 컨설팅 회사의 최고 핵심 간부가 내부자거래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특히 그동안 극히 소액의 금전적 부정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토로 내세워온 까닭에 이번 쿠마르 사건의 충격은 더 크다. 리처드 캐버너 전 맥킨지 파트너는 "과거 맥킨지는 단돈 20달러도 부정한 용도로 쓰면 해고되는 조직이었다"며 "이번 쿠마르 사건은 맥킨지 컨설턴트가 범한 최악의 치명적인 범죄"라고 말했다.

쿠마르 측 변호사는 쿠마르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맥킨지는 검찰 발표 직후 쿠마르에 대해 무기한 정직 처분을 내렸다. 마이클 스튜어트 맥킨지 대변인은 "회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건"이라며 당혹감을 표시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