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로 인해 예금과 적금 같은 전통적인 재테크로는 많은 돈을 모으기 힘든 시대가 됐다. 코스피지수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고공행진은 예 · 적금보다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그러나 재테크 전문가들은 예나 지금이나 목돈 마련의 기본은 예 · 적금이라고 강조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은 기대수익률이 높은 만큼 투자 실패 위험도 높은 반면 예 · 적금은 수익률이 낮지만 목표한 수익을 확실하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들도 처음에는 저축을 통해 어느 정도 종잣돈을 마련한 뒤 투자에 나선 경우가 많다. 마침 경기 회복세와 함께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예 · 적금의 매력도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재테크 요요 현상'피하기


전문가들은 예 · 적금을 시작하기 전에 저축 목표를 먼저 정하라고 조언한다. 만기가 돌아왔을 때 생긴 목돈으로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 놓으라는 것이다. 막연히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저축을 하다 보면 만기 때 생긴 돈으로 평소 갖고 싶던 물건을 산다든지 해서 남는 돈이 없어져 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꽤 오랫동안 열심히 저축했는데도 지나고 보면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는 '재테크 요요현상'이 나타난다. 모은 돈을 재투자해 더 큰돈으로 불리지 못하고 '저축→소비→다시 저축'의 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저축의 목표를 정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설계다. 예를 들어 3년 후 결혼해서 그로부터 1년 후 아이를 낳는다는 식으로 계획을 세워 보면 그에 따라 필요한 자금을 계산할 수 있고 지금부터 매달 얼마씩 저축해야 하는지가 나온다.

가급적 목표 액수를 크게 잡는 것도 재테크 요요현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윤기림 SK모네타 수석컨설턴트는 "1만원권을 갖고 있을 때와 10만원짜리 수표를 갖고 있을 때를 생각해 보면 가급적 큰돈을 모아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큰돈을 갖고 있을수록 불필요한 지출을 안 하게 되고 다른 투자처에 돈을 넣었을 때 보다 많은 액수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저금리 시대 구원투수


예 · 적금의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다면 상호저축은행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의 예 · 적금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2일 현재 전국 106개 저축은행의 평균 금리는 1년 만기 기준으로 정기예금이 연 4.7%,정기적금이 연 5.46%이다. 저축은행에 따라서는 정기예금 금리가 연 5%,정기적금 금리가 연 6%를 넘는 곳도 있다.

저축은행을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은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재무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제주의 으뜸저축은행이 금융감독원이 정한 자기자본비율을 맞추지 못해 영업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물론 저축은행의 예금도 1인당 원리금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지급보증을 받는다. 그러나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은행과 약정한 금리가 아닌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 이자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

따라서 저축은행을 이용하기 전에는 경영 상태를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www.fsb.or.kr)에 들어가면 각 저축은행의 경영공시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이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 이하이면 건전한 저축은행으로 분류된다.

경영 상태를 확인할 때는 최근 시점의 지표만 보지 말고 지난 1년간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현 시점에서는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고 해도 1년 전 또는 6개월 전과 비교해 지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너스는 소득공제 상품에


봉급생활자라면 매 분기 또는 연말연시에 나오는 보너스를 위한 예 · 적금 전략도 필요하다. 직장인에게 보너스만큼 기분 좋은 것도 없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계획 없이 쓰다 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십상이다. 기업에서 성과급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보너스 재테크'도 월급 재테크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연금저축 등 소득공제 상품을 활용하면 보너스로 목돈을 모으면서 세금 혜택도 얻을 수 있다. 연금저축은 10년 이상 가입할 경우 비과세 혜택과 함께 연간 300만원까지 납입액 전액에 대해 소득공제가 된다. 장기 상품에 가입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자유적립식 정기예금이나 적금에 소액으로 가입한 뒤 보너스를 받을 때마다 추가로 납입하는 것도 보너스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효과적인 예 · 적금을 위해서는 금리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 금리의 흐름에 따라 예 · 적금 전략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예 · 적금의 만기를 짧게 운용하다가 금리가 고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을 때 장기 상품으로 옮겨가는 것이 좋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세로 접어들 때는 장기 상품 비중을 높여야 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