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의 주 재료인 골판지 원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포장박스 제조업체들이 원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30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골판지원지 생산 업체들이 박스에 쓰이는 표면지(박스 겉면용),골심지 등의 가격을 최고 36% 인상키로 결정, 최근 포장박스 및 지함(紙函)업체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표면지는 지난달 t당 42만원 선에서 이달 말 48만원 선으로 14%,골심지와 이면지(박스 안쪽용)는 t당 28만원 선에서 38만원 선으로 36% 오르게 됐다.

골판지원지 업계는 원지의 원재료인 폐지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져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가격 인상은 골판지원지 업체들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높다. 이들은 올초만 하더라도 원재료인 폐지 가격이 하락한 데다 경기침체로 제품 수요가 줄자 원지 가격을 내렸다. 표면지의 경우 지난해 말에는 t당 48만원 선에서 지난달 41만원 선으로 인하했다. 그러나 원지업체들은 지난 3월께부터 폐지 가격이 저렴할 때 보다 많이 생산하기 위해 잇달아 폐지 확보에 나서는 등 과열 경쟁을 펼쳤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의 한 업체가 지방에서 폐지를 시세보다 t당 1만원 정도 더 주고 대거 구매에 나서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포장박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골판지원지 업체들이 수급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시장을 교란시켰다"며 "더구나 가격도 마음대로 내렸다가 올리는 등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지업체들은 원가 상승분을 곧바로 가격에 반영하지만 포장박스 업체는 최종사용자와 연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어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