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경제의 '이사회'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회의 막판까지 경기부양책과 금융규제안 등 첨예한 이슈를 둘러싼 주요국 간 물밑 힘겨루기도 치열했다.

◆…회의 시작 전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 수뇌들의 신경전이 불을 뿜었다. 경제위기의 진앙으로 지목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의 '왕성한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그만둘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금융규제 등에 관련해 실효성을 담보할 '최소한의 요구 사항'은 관철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단결을 강조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단체 기념사진 촬영에선 공조(?)에 실패했다. G20 정상회의 기념사진 촬영에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가 빠진 것.결국 2시간 뒤 다시 기념사진 촬영 시간이 마련됐지만 이번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았다. 회의를 주관한 측은 이들 정상이 사진 촬영에 빠진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다시 촬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혀 기념사진으로는 'G19' 또는 'G18'이 됐다.

◆…정상회의에서 금융규제 강화안이 심도 있게 논의됨에 따라 런던의 '시티'는 금융중심지의 지위를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금융산업의 미래는 G20이 손에 쥔 칼날 위에 달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해관계와 입장이 갈리면서 균열 양상까지 보였던 G20 정상회의 난투극의 승자는 미국도 독일도 아닌 국제통화기금(IMF)이라고 FT가 보도했다. IMF는 이번 G20 회의를 통해 많은 자금을 확보하고 위상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런던에선 경제 실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런던 경찰은 6000여명의 병력을 배치,도심으로 향하는 주요 진입로를 막으며 시위대와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정상회의 장소인 런던 동부 도클랜드 소재 엑셀(ExCel)전시센터는 글로벌 경제상황을 상징하는 장소로 주목받았다. 런던 중심가에서 20㎞ 떨어진 곳에 있는 도클랜드는 한때 세계 최대 항구도시였지만 한동안 쇠락했다가 최근에야 재개발로 다시 도약하는 지역.반쯤 버려진 듯한 회색 창고 모양의 센터가 20개국 수뇌가 모이기엔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상징성을 표시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미 · 영 언론들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유럽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며 일거수일투족을 전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모나코의 왕비가 됐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들으며 사진 플래시 세례를 받고 다니는 미셸 오바마는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연둣빛 실크 드레스와 코어스의 블랙 카디건,블랙 벨트로 산뜻하게 멋을 내고 런던에 도착했다. 미셸 오바마는 일정마다 다른 디자인의 옷을 소화하며 G20의 패션무대를 주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