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금년말에 손뗄 것"선언, 주민들 "정부태도 이해안가"

사브(Saab) 자동차는 세계적 조립가구 업체인 이케아(Ikea), 볼보 (Volvo)자동차, 세계적 보컬그룹 아바(Abba) 등과 함께 스웨덴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돼 왔다.

특히 미국의 디트로이트와 마찬가지로 인구 5만4천명의 스웨덴 트롤하탄시는 사브차에 직접적으로 고용돼 있는 직원만 4천명이 넘고, 사브와 관계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지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사브차가 전세계적 경기 침체의 여파속에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정부에 긴급 구제금융을 간절히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사브는 총 9만3천295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고, 미국지역 판매는 2만1천383대에 불과해 전체적으로 9만 3억4천3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브의 대주주인 미 GM사 역시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어 올해 안에 사브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으며, 현재 매각을 추진중에 있는 사브는 정부의 긴급 자금 투입이 없다면 금방이라도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는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마우드 올로프슨 상무장관은 "스웨덴 정부는 자동차 회사를 소유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은행 국유화를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해 낸 전력이 있는 스웨덴의 기존 입장과는 판이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전했다.

스웨덴 정부가 긴급 구제자금 투입을 주저하는 이유에 대해 신문은 과거 사회민주주의 정부때와는 달리, 현 우파 정부는 국가의 개입보다는 시장의 힘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정부가 자국의 자동차 산업 구제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서도 스웨덴은 '보호주의'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GM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브를 인수한 GM이 개성을 내세웠던 사브의 이미지를 대량 생산 쪽으로 몰아 가면서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결국 자신들이 어려워지자 은근히 손을 떼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브를 지원하는 것은 경멸해왔던 외국 자본을 도와주는 꼴 밖에 안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정부내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
올로프슨 장관은 "그들(GM)이 사브에서 손을 떼고 모든 것을 스웨덴 납세자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절망속에 빠져 있는 트롤하탄시 주민들은 정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폴 아커룬드 자동차 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시장이 스스로를 도와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전세계 시장이 붕괴하고 있는 지금은 아주 특별한 상황"이라면서 "그들(정부)에게는 사브가 단순히 자동차 공장일지 모르지만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정부가 결국은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면서 "사브가 없는 스웨덴은 생각할 수 조차 없기 때문"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