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등 18개 대형 공기업이 올해 해외에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100억달러를 조달키로 했다. 정부가 외화유동성 확충을 위해 공기업 해외 차입을 권장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5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재정부가 최근 지경부와 국토해양부 산하 18개 공기업에서 2009년 해외 차입 계획을 보고받은 결과 그 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경부 산하 기관 중에서는 석유공사가 17억달러로 가장 많고 한국전력 6억달러,한국수력원자력 5억달러,한국가스공사 5억달러 등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까지 합치면 지경부 산하 공기업들이 계획 중인 해외 차입 규모만 60억달러에 육박한다"며 "나머지 40억달러는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와 같은 국토부 산하 공기업들이 조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6일 이들 공기업의 자금담당 간부들을 불러 해외 채권 발행 일정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한국물이 일시에 집중될 경우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공기업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채권 발행 시기를 분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외화유동성 확충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에서 공기업들의 해외 차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같은 금융불안기에는 외화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기업 해외 차입을 사실상 금지했던 '공공기관 환위험 관리지침'을 이달 중 개정하고 오는 9월엔 '공기업 평가 편람'을 수정,외화 차입으로 재무건전성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경영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줄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은 은행보다 안전하고 같은 등급의 정부채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기 때문에 해외투자자들이 한국물 중 가장 선호한다"며 "채권 발행이 활성화되면 외환시장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기업들이 현재 계획한 대로 외화 차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차입 순서와 규모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교통정리' 과정에서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국제금융시장 여건에 따라서도 차입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채권에 비해 외화채권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예컨대 국내 공기업 가운데 가장 좋은 조건으로 해외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한국전력의 경우 원화로는 연 5.3~5.5% 금리면 충분하지만 외화채권으로는 8%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류시훈/김인식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