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상 · 하원 합동회의에서 행한 연설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로 여겨지는 경제 현실을 솔직하게 알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자신감과 희망을 고취하는 데 대부분이 할애됐다. 경제 문제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춰 연두 국정연설이 행해진 것은 대공황 이후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현실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상당히 역점을 뒀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낙관주의를 원용,"밝은 미래가 눈앞에 있다"는 식으로 희망을 심어주는 데 연설의 주안점을 둔 것이다. 그는 "경제위기의 중압감이 미국의 운명을 결정짓지는 못한다"면서 과거 미국이 숱한 도전을 극복,번영을 구가했던 것처럼 지금 당면한 난관도 뚫고 나감으로써 미국 경제가 과거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고 희망을 북돋웠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지난해 대선 유세나 최근 의회의 경기부양법 심의 과정에서 경제 현실의 비관적 측면을 강조한 것과는 구별된다.

"전기차 만드는 미국이 배터리는 한국산 장착"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부양책 시행과 각종 개혁 조치로 교육,그린에너지,사회보장,의료보험,첨단기술 개발투자 등에 재원이 투입됨으로써 일자리가 생겨나고 미국의 장기적 발전 지속을 위한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태양열 에너지 기술은 미국이 발명했는데 상업성은 독일과 일본에 뒤졌으며,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배터리는 한국산을 장착한다"면서 "이제 미래 에너지는 미국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감세를 주장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의식,연 2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을 제외한 나머지 95%의 납세자들에게는 "단돈 10센트도 세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앞으로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비용을 줄일 테니 국민들이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희망과 영감은 권력자나 유명인보다는 미국민들의 꿈과 열망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대해서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는 미국의 리드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말과 행동으로써 새 시대가 시작됐음을 미국은 세계에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라크를 이라크 국민에게 넘겨주고 전쟁을 '책임 있게 종식시키는 방안'을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알카에다 척결과 극단주의와의 전쟁을 위해 아프간 및 파키스탄과 관련한 새롭고 포괄적인 전략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TV 생중계를 이용,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화법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과 함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협조를 구했다는 평가다. 여론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CNN이 연설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정부의 경제회복 플랜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80% 이상으로 나왔으며,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이 약 1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간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52%는 오바마의 연설을 듣고 희망을 갖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