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모비스가 자동차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현대오토넷과의 합병을 포기했다. 주가 약세로 합병에 반대,보유주식을 되사달라며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이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7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전장부품 업체인 현대오토넷과의 합병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의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러나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자동차 전자화가 필요하다"고 말해 추후 합병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앞서 지난해 말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 역시 과도한 주식매수 청구권으로 인해 결합이 무산됐다. 주가 약세의 후유증으로 대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에 속속 제동이 걸리고 있다.

주가 약세가 원인

현대모비스가 당초 합병 무산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액은 3000억원(전체 발행주식의 약 4.1%) 정도였다. 이 회사는 작년 12월17일 주주총회를 열어 "매수청구액이 3000억원을 넘을 경우 합병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금 유동성이 1조원 안팎인 점을 감안,3000억원 이상 '실탄'을 쓰기가 부담스럽다는 판단이었다.

증권예탁원이 현대모비스 및 오토넷 간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작년 12월18일부터 이달 6일까지 매수청구액을 집계한 결과,총 2조8796억원에 달했다. 현대모비스 주주가 2조7021억원,현대오토넷 주주가 1775억원어치의 보유주식을 되사달라고 요구했다. 당초 예상보다 9.6배 많은 액수다.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가 이처럼 많았던 것은 청구가격이 주당 8만3019원인 데 반해,6일 현대모비스 종가가 주당 6만8000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매수청구권 행사로 주당 1만5019원의 이득을 올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 역시 작년 12월 합병을 추진했지만,매수청구액이 1766억원에 달하자 포기를 선언했다.

현대모비스,"전장사업 지속 강화"

현대오토넷과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자동차 전장사업을 차세대 핵심분야로 육성한다는 현대모비스 전략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이날 자동차 전장사업 확대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혀 추후 오토넷과의 합병을 재시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적인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합병 계약을 해지키로 해 안타깝다"며 "하지만 자동차 전자화가 장기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전장사업 확대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수 현대모비스 사장은 작년 말 이사회에서 "오토넷과의 합병 시너지 효과가 2015년까지 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현대모비스는 이와는 별도로 하이브리드카 핵심부품과 모듈화 설계기술,전자제어 기술 등 멀티미디어를 비롯해 메커트로닉스 분야의 첨단기술 개발에 올해 2000여 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엔 현대로템으로부터 하이브리드카 부품제조 사업을 모두 인수,친환경 차량 부품사업에도 진출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