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최고 재벌기업인으로 알려진 멕시코 슬림그룹의 카를로스 슬림 회장이 다국적 금융기관을 전위기구로앞세운 선진공업국들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칠레를 방문중인 슬림 회장은 25일 칠레 유력일간 엘 메르쿠리오 회견에서 "선진공업국들이 십계명처럼 떠받들고 있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에 입각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중남미 대륙을 수탈했던) 식민주의 정책과 유사하다"며 "라틴아메리카땅에서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 워싱턴 컨센서스는 수정.보완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슬림 회장은 "20여년전에 탄생한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은 당초 계획했던 것 만큼의 효과를 내지않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 첫째 이유는 국가 회계란 탄력적인 예산을 바탕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점을 신자유주의 경제모델 추구자들이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남미 사회의 고금리도 문제점으로 지적,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워야할 실물경제를 고금리 정책을 통해 (경직된) 금융부문으로 흡수함으로써 중남미 각국의 경제가 금융화 또는 투기화하면서 결국 현실성을 잃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각국의 환율은 외환보유고가 일정 수준일 때 안정세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불안해지면서 곧바로 경제.금융 위기시대로 돌입하는 게 중남미 경제의 현실"이라며 "따라서 중남미 국가들은 내부경제의 문제점을 일단 도외시한 채 재정흑자와일정수준의 외환보유고 유지라는 강박관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이런 경제환경속에서는 공공투자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민간저축역시 고갈되는 등 경제성장을 위한 재투자가 있을 수 없게 된다"며 "라틴아메리카국가들은 이런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슬림 회장은 이어 "라틴아메리카는 내수와 인프라면에서 왕성한 경제역량을 갖고 있다"며 "선진공업국들이 우리에게 경제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에 응하더라도농업부문이 아닌 산업부문의 시장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개방의 이점이 있는 분야는 문을 열되 불이익이 예상되는 부문은 계속 빗장을 걸어두어야 한다"며 "재화의 교류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지만 중남미대륙의 강점인 노동시장의 개방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슬림 회장은 멕시코의 전통적인 설탕.시멘트 재벌로 약 380억달러의 재산을 소유, 라틴아메리카 대륙 제1의 재벌기업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