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테러와 회계부정 스캔들 등 숱한 사내외 재난을 겪었는데도 미국 대기업들의 위기대처 능력은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컨설팅 그룹 KPMG는 미국의 대기업들이 대부분 `위험에 처해있다"고 믿고 있으면서도 정작 위기대처를 위한 비상계획을 제대로 수립해놓은 곳은 절반을 약간 웃도는 데 그쳤다고 13일 밝혔다. KPMG가 연매출 5억달러가 넘는 135개 회사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전화조사 결과 47%가 위기관리 비상계획을 세워놓지 않았고 `위기대처'를 시급한 현안으로 간주하지 않는 회사가 5개 중 1개꼴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응답 기업의 80%는 재난이 발생하면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는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는 `9.11 테러'가 기업들이 재난에 대비토록 자극을 줬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라고 KPMG의 `미국내 리스크 컨설팅' 팀장 스튜어트 캠벨은 지적했다. 그는 "대형사고 발생시 위기대처능력이 회사의 사활을 가름한다고 볼 때 이번 조사결과는 놀랍다"고 말했다. 뉴욕의 보안시스템 구축 전문회사 `크롤'의 보안서비스 팀장 제프 쉬랭거는 보안시스템 구축계약을 최근 신규 체결한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위기대처계획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몇년째 사장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위기대처는 "감기에 안 걸리려 비타민 C를 먹는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뉴욕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