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29일 산업은행이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 발행 과정에서 '검은머리 외국인' 역할을 한 사실을 적발, 주의적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앞서 산업은행이 삼애인더스 주식을 최고 10.7%나 취득하고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는 등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에 통보했다. 이와함께 이같은 위법행위를 저지른 산업은행 외화유가증권팀장과 감독책임을 맡고 있는 자금거래실장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금감원의 검사결과 산업은행은 2000년 10월26일 KGI증권을 주간사로 900만달러어치의 삼애인더스 해외CB를 발행한 뒤 해외증권사를 통해 인수해 삼애인더스가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없이 해외CB를 발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산업은행은 또 이용호씨와 통상 채권거래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사전매입약정을 맺으면서 삼애인더스 주식 30만주에 대한 반환청구권, KEP전자 발행 당좌수표 103억원 등을 담보로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발행대가로 자체 보유하고 있던 100만달러 어치의 한국디지탈라인(KDL) 해외CB를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이씨가 매입토록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KDL CB는 당시 액면가의 15%에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었으나 산업은행은 액면가의 50%에 해외CB를 이씨가 사도록 했다. 투자등급미만인 삼애인더스CB를 500만달러로 정해진 동일인 투자한도를 초과해 매입한 것은 산업은행 내규에도 위배된다. 금감원은 이와함께 역외펀드로 하여금 이씨가 재매입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500만달러 어치의 CB를 액면가의 110% 가격 등에 비정상적으로 편입토록 강요하는 등 역외펀드를 편의적으로 이용한 사실도 적발했다. 조재호 금감원 은행검사2국장은 "당시 산업은행측 거래담당자가 수익제고에 과욕을 보이면서 CB를 110% 가격에 매입토록 하는 등 통상 딜러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무분별한 거래를 일삼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같은 해외CB 편법 거래를 통해 매입액의 20.2%인 180만달러의 엄청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