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장에서 가격인하 경쟁을 주도해 왔던 일본 철강업계가 본격적인 감산에 착수,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철강제품 국제가격이 조만간 회복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가와사키제철, NKK, 고베제강, 스미토모금속, 일신제강 등일본의 주요 철강업체들은 이달들어 2001 회계연도 하반기(올해 10월~내년 3월)중조강 생산량을 큰 폭으로 줄이겠다고 일제히 발표했다. 가와사키제철은 올해말까지 3개월간 조강생산량을 25만t 줄이기로 결정했고 고베제강은 2001 회계연도 하반기중 30만t, 스미토모금속은 60만t을 각각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일신제강은 곧 감산계획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며 신일본제철도 기존의 감산체제를 유지함으로써 가격안정을 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6개월간 일본 상위 5대 철강업체들의 감산 규모는 165만~180만t에 이를것으로 전해졌다. 자율감산 합의가 붕괴되면서 무제한적인 물량경쟁에 돌입했던 일본 업계가 이같이 감산을 결정한 것은 최악의 철강경기 불황속에 미국의 동시다발 테러라는 예기치못했던 사태가 발생, 철강제품 수요가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업계는 감산 조치와 함께 내수시장에서 냉연, 표면처리강판 가격을 t당 3천원(3만원) 인상하는 등 가격안정 노력을 동시에 기울이고 있어 가격회복 가능성에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업계가 더 이상의 가격하락은 곤란하다는 합의에 도달한 것 같다"면서 "감산 계획이 예정대로 실행된다면 철강제품 국제가격에도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에서도 유지노 등 대형 철강업체들이 8월부터 감산에 들어가 핫코일가격이 t당 200달러에서 210달러로 10달러 상승했다. 삼성증권의 김경중 연구원은 "일본 업계의 감산정책으로 포항제철의 일본 수출제품의 가격이 일부 인상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본격적인가격회복은 철강제품 수요가 본격화되는 내년 2.4분기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창섭기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