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은 역시 어려운가. 포괄적 제휴를 맺은 한솔제지와 신무림제지의 협력이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2월 국내외 영업 구매 물류 등 전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 합의에 따라 함께 한 사업은 5천t 안팎의 펄프와 제지공정에 필요한 칼(블레이드)을 공동구매한 게 전부다. 4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간 원재료비 구매에 한솔제지가 7천억원,신무림제지가 2천8백억원을 쓰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적은 물량이다. 이는 국내외 제지환경이 호전된데다 영업비밀교환이 곤란하다는 점이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무림제지 관계자는 "중국 1위 제지업체인 APP사가 도산위기에 빠져 수출주문이 큰 폭으로 늘고 있고 국내상황도 개선돼 공동판매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고객 리스트를 공유해야 공동판매가 이뤄지는데 고객리스트가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서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솔제지는 서울 성북과 용산,신무림제지는 경기도 곤지암에 대형 물류센터를 각각 확보하고 있어 물류부문 협력필요성이 적은 편이다. 게다가 양사가 인쇄용지 부문에서 1,2위를 다투는 경쟁회사여서 협력이 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