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10월.검은 승용차를 탄 키큰 외국인이 경기도 성남의 갈마터널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터널을 지나자 따스한 가을햇살을 받고 있는 광주의 전원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내리막길을 달려 용인으로 우회전하는 모서리에 차가 멈췄다.

외국인은 길가의 작은 공장으로 들어섰다.

코인씨앤엠(대표 이계원.52).완만한 비탈에 있는 공장안에선 여성근로자 수십명이 플라스틱 사출부품을 찍고 있었다.

이 외국인은 호주 CH트레이딩에서 온 바이어.3년동안 12만세트분의 롤스크린 부품을 수입해 팔았는데 단 한건의 불량품도 생기지 않아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영국 하틀리마케팅의 바이어 등 이 곳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한두명이 아니다.

코인씨앤엠은 블라인드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블라인드는 햇빛을 조절하고 실내분위기를 아늑하게 만들기 위해 사무실이나 가정의 창문에 덧붙이는 제품.단순하면서 깔끔하고 청소가 쉬워 커튼 대용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이 회사는 수직형과 수평형 블라인드와 롤스크린 등의 부품인 캐리어와 볼체인 등을 만들고 있다.

가짓수는 4백여종.간단해 보여도 아주 정밀해야 한다.

부드럽게 움직이려면 정밀 가공해야 하고 쉽게 닳지 않아야 한다.

이들 부품을 국산화한 이 회사는 국내시장을 장악해오던 대만제품를 몰아냈다.

3건의 발명특허를 비롯해 80여건의 실용신안을 따냈다.

싱가포르 호주 미국 멕시코 영국 등 10여개국에 수출도 한다.

지난해 매출은 수출 3백만달러를 포함해 1백억원대.45명의 종업원으로 일궈냈다는 점에서 커다란 성과다.

직원들이 애국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도 국산화와 수출이라는 열매를 거두고 있기 때문. 코인씨엔엠의 자랑거리는 전동제품이다.

리모컨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소형모터를 비롯해 전동시스템을 내장해야 한다.

소형모터만큼은 강력하고 소음이 적은 일본제품을 쓰지만 나머지는 국산화했다.

전동 제품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평을 듣는다.

미국의 UL마크도 땄다.

국내에서는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서초 스위트가든,SK텔레콤사옥,삼성의 용인실버타운 등에 납품했거나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계원 사장은 중앙대 통계학과를 나와 벽지와 커튼을 팔다가 방향을 틀었다.

15년전 일본 방문때 블라인드 제품의 가능성을 보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을 한달동안 방문,시장을 조사한 끝에 결단을 내렸다.

대만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 회사는 부품의 정밀도와 정확성을 위해 검사요원만 6명을 두고 있다.

작은 불량이라도 생기면 해당 로트의 부품은 전부 버린다.

국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가 꿈이기 때문이다.

창업후 몇년동안 부품판매로 번 돈을 단 한푼도 집에 가져가지 않았다.

기술개발에 재투자했고 공장에서 숱하게 밤을 새웠다.

연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할 정도로 기술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수출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외지사를 낼 입장도 아니었다.

바이어디렉토리를 최대한 이용했다.

지금처럼 이메일도 없던 때라 세계 각지의 바이어에게 1천통이 넘는 캐털로그와 편지를 보냈다.

처음엔 반응이 없었으나 반복해서 보내자 답장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 이뤄진 계약은 2천달러짜리.이를 금싸라기로 여기고 정성껏 제품을 실어내자 주문 단위가 점점 커졌다.

"블라인드 부품은 개당 50원짜리가 있을 정도로 단가가 싸고 종류가 다양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모으면 수백만달러가 됩니다"

이 사장은 한국기업들이 소액주문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작은 주문부터 잘 챙겨야 세계시장 제패의 길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031)766-7942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