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보다 뉴라운드 출범이 지연된 것은 우리 입장으로서는 다행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농업.서비스 등 분야별 협상과 포괄적인 뉴라운드 협상 등 두 가지 협상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드는 이점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뉴라운드 출범이 지연됨에 따라 지금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무역자유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그만큼 늦어지고, 대외개방을 통한 국내경제제도의 선진화가 지연되는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다자간 협상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이 문제 역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확보돼 있어야 가능한 혜택들이다.

더욱이 그동안 각료회의를 통해 이뤄진 합의사항은 비록 앞으로 뉴라운드 협상의 기초가 될 수는 있을지 모르나 전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항이 합의되기 이전까지는 어떠한 사안도 합의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나타난 각국의 입장과 뉴라운드 준비협상에서의 논의들을 정리해 보다 효과적으로 협상에 임할 수 있는 준비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부시 정부 출범 이후 조만간 개시될 것으로 보이는 농업.서비스 분야의 후속협상에 대비하는 한편 뉴라운드 출범에 대비해 그동안 노출된 각국의 입장과 협상전략을 철저히 분석해 우리나라의 입장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일본, 유럽연합(EU) 등 우리와 입장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분야별.사안별로 더욱 확고한 공조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에 대해 주요국과의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위력은 뉴라운드 준비과정과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이미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이제 뉴라운드가 출범하는 시점까지 모든 협상이슈를 면밀히 점검하고 전반적인 국익에 도움이 되는 협상전략을 도출할 수 있도록 모든 국민들이 중지를 모아야 한다.

특히 정부는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관련 산업과 국민들간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쳐 뉴라운드 출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견수렴 채널을 구성.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