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측기산업의 김태식(40) 사장은 건설용 계측기 업계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워낙 부지런해서다.

하반신 장애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는 출장이 잦다.

최근들어 해외로부터 주문이 밀려들고 있는 것도 그의 부지런함 덕택이다.

지난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콘크리트쇼를 관람키 위해 그는 휠체어를 몰고
비행기를 탔다.

도와줄 직원 한명 붙이지 않았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부스를 마련하지 못한 탓에 일일이 돌아 다니며 올초 개발한 콘크리트
강도 측정기인 테스트해머를 소개했다.

그날 저녁 그의 숙소에는 3개 외국업체의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이들 업체와 거래를 트기 시작했다.

다우측기의 디지털 기록식 콘크리트 강도 측정기는 인기를 끌고 있다.

해머와 표시계가 분리된 이 측정기는 3만개의 측정치를 저장, 검색할 수
있는데다 PC와 프린터에 연결해 쓸 수 있는 게 특징.

이 장비는 덴마크의 저먼인스트루먼트에 1백세트 나갔고, 미국의
포니인스트루먼트에도 10세트가 선적됐다.

전세계 1백40개국에 대리점을 둔 영국의 ELE사에 공급하는 방안도 진행중
이다.

작년 4월 다우측기의 첫 국산 아이템으로 선보인 철근 부식도 측정기도
그동안 국내에서 1백세트 팔리는 성과를 올렸다.

다우측기는 이같은 실적을 토대로 올해 수입업체에서 제조업체로 탈바꿈
한다.

그것도 외제가 장악해 온 시장에서 국산바람을 일으키는 벤처기업으로
변신하는 것.

오는 5월 콘크리트 염분 측정기를 내놓는등 5개 아이템을 추가할 예정이어서
매출에서 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10%에서 올해 90%로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 매출목표는 30억원.

김 사장은 95년 7월 계측기 수입업체로 창업했다.

그전인 94년 10월 올림픽공원역 지하철 공사현장을 돌아보다가 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됐다.

"비디오 가게나 만화방도 생각했지만 전공을 살리기로 했지요"

경기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유원건설 삼성건설 등을 거치며 QC
(품질관리)를 맡아왔다.

계측기의 소중함을 알게된 것은 이런 그의 이력 때문.

유통업으로 출발은 했지만 국산화에 대한 의지는 창업때부터 싹텄다고 한다.

그는 부지런함과 함께 철저한 신용으로 회사를 키우고 있다.

신용에 대한 그의 생각을 가늠할 수 있는 일화 한토막.

3년전 여수의 한 건설현장에서 측량계를 고쳐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마침 토요일이라 직원들은 고속버스 택배를 이용해 수리한 뒤 다시 보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루라도 빨리 고쳐 주기를 원하는 수요자의 입장을 아는 그는 그날
저녁 출장길에 올랐다.

야간작업으로 측량계를 고쳐준 것.

그의 숙소인 서울 광장동의 15평 오피스텔을 임시 조립공장으로 쓰고 있다.

밤늦게까지 5명의 장애인 종업원들과 함께 일에 파묻히는 재미로 산다.

김 사장은 정식 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부지를 물색중이다.

그는 "공장이 건립되면 우선 10여명의 장애인을 채용할 계획"이라며
"장애인의 날이라고 일과성 행사를 치르기 보다는 일자리를 제공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02)516-4578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