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20일 공동선언문을 통해 2월임시국회 일정을 감안해 고용
조정(정리해고) 등 노동시장유연성 제고방안과 기업 경영투명성 확립방안
등을 일괄타결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노사정 "국민협약" 제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번 공동선언문발표는 무엇보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이행에 따른
각 경제주체별 고통분담의지를 처음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특히 고용조정제와 근로자파견제 등 그동안 노사간 "뜨거운 감자"였던
사항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틀과 대강의 타결시한까지 합의한 것은 큰
성과로 꼽히고 있다.

공동선언문은 21일부터 미국에서 시작되는 채권단과 우리 외환사절단의
협상에도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노사정위가 사회적 고통분담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함으로써 국내의 정치적
불안요소가 다소 희석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사정위의 논의내용도 그동안의 "명분싸움"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문제로 접근할 전망이다.

이날 선언문은 "난산"끝에 탄생했다.

당초 노사정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문안을 확정.발표한다는 계획
이었으나 고용조정에 대한 문구 명시문제를 놓고 3자간 의견이 엇갈려
진통을 계속했다.

전날에 이어 재계는 "해외자본 유치와 IMF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고용조정제와 근로자파견제 등 관련법 제개정 등 제도정비방안을
조속히 추진한다"는 문구를 선언문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으나 노동계를
설득시키지는 못했다.

노동계는 실무협상에서 "재계의 구조조정 노력이 미흡한데다 기업총수들의
개인재산 투자를 위한 실천의지도 부족한 상태에서 노동자들만 일방적으로
고통을 감수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선언문에는 고용조정에 관한 문구나 "IMF 합의에 따른 관련법 재개정"
(정부측 절충안) 등의 내용이 포함되지 못하고 "위원회가 합의.채택한
의제들에 대해 2월 임시국회 일정을 감안, 조속히 타결하도록 한다"는
선에서 접점을 찾아냈다.

또 정부와 사용자측이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위한
노동부장관의 담화문도 발표키로 했다.

노동계는 고용조정 관련 문구를 선언문에서 삭제함으로써 "명분"을 얻었고
정부와 재계는 "2월 임시국회 일정을 감안해 조속히 타결한다"는 선에서
포괄적 양보를 얻어내 "실리"를 얻은 셈이다.

노사정위는 지난 15일 전격 발족된 이래 6일만에 첫 성과물을 만들어
냄으로써 사회적 대타협의 "1차관문"을 간신히 통과했다.

그러나 선언문과는 별개로 앞으로 논의될 의제들 가운데는 노사간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사안이 많기 때문에 최종 합의문(국민협약) 작성
까지는 아직도 "산넘어 산"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