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성회장의 "경총호"는 산적한 과제를 안고 출범한다.

우선 노동법 재개정 문제가 매듭되지 않은 상태여서 현장사업장의 요구를
수렴해 정치권을 한번 더 압박해야 하는 것이 첫번째 일이다.

또 3월이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국 사업장의 임금 및 단체협상의
분위기를 선도하는 것도 경총의 몫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하강이 가속화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조기.저율타결을
유도하는 경총의 역할이 필요한 때다.

노동법이 재개정되고 나면 일은 더 많아진다.

전임 이동찬회장 때 없었던 일들도 많이 생겨난다.

김회장이 사용자대표로서 상대해야하는 노동계는 2배로 늘어난다.

한국노총 이외에 올해부터는 "대화가 쉽잖은" 민노총과도 직접 만나야
한다.

노동법 개정 이후 손대기로 한 노사개혁 2차 과제인 노사관행개선
작업이야말로 경총의 주도가 필요한 일이다.

뿐만 아니다.

단체장으로서 챙겨야할 살림살이도 만만찮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각 기업이 원가줄이기에 허리띠를 졸라매 연회비
거두는 일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코앞에 놓인 이런 과제들을 보면 김창성선장이 경총호의 순항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태다.

특히 김회장이 30대그룹 바깥에 있는 그룹의 오너라는 핸디캡이 있어
이런 난제의 해결이 쉽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회장 체제가
자리잡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대부분의 큰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에서 김회장이
회장자리에 올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만간 노동법이 새로 개정되면 최근 1년간 국내 노사관계를 악화시켰던
주요인이 해소되는 셈이니 일하기가 버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거기다 경기하강 국면에서는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자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노사관계 전반에서 어려운 경영환경을 이유로 사용자들이 각종 협상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시기에 경총회장의 역할은 어려울
것이 없다는 얘기다.

또 기업규모 핸디캡도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한 만큼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회장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것만은 분명하다.

국내 노사관계는 노동법개정이라는 큰 고개를 막 넘어선 시점이다.

선진국형 노사협력체제를 구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이제 경총과
그 선장인 김회장의 몫이다.

김회장이 "노동법 개정 이후"의 한국 노사관계의 한 축을 어떤 모습으로
형성해갈 지 주목된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