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환율권제도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유럽통화제도(EMS)는 경제통화
동맹의 단계적 실현을 제시한 베르너안에 근거하고 있다.

이 안은 하나의 통화권형성을 위한 EC의 역내통화간 교환성보장, 고정
평가제도의 정착, 환율변동폭의 축소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EC통화제도 역시 세계통화질서의 변천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스미소니언체제 출범에 따른 스네이코체제를 거쳐 공동변동환율제등이
시행되기도 했다.

영국등의 가입으로 9개국으로 늘어난 EC는 78년 4월 덴마크의 코펜하겐
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단일통화권형성을 위한 EMS추진이라는 정책적
결정을 내리고 79년3월 영국을 제외한 8개국으로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EMS는 크게 4가지요소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참고통화로서의 유럽통화단위(ECU)다.

EMS의 중심이면서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라 금세기말에 유럽단일통화로
채택될 화폐이기도 한 에퀴(ECU)는 회원국화폐로 바스켓을 구성, 값이
정해진다.

통화별 비중은 회원국의 경제력에 의해 가중치로 결정되는데 현재는
독일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이 바스켓구성에는 12개회원국화폐가 모두 포함돼 있다.

본래 회원국들의 경제적상황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에퀴의 바스켓구성비
는 5년마다 조정토록돼 있으나 현재는 지난 89년에 제정한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두번째 EMS구성요소는 핵심적인 제도인 유럽환율조정체제(ERM)이다.

이것은 역내통화간의 교환비율을 결정하는 것으로 에퀴로 표시되는 중심
환율을 중심으로 처음에는 상하 2.25%(일부 약세통화6%)씩 변동폭이 허용
됐으나 91년 가을부터 계속된 유럽외환시장의 혼란으로 작년8월에 임시적
으로 상하15%(일부 강세통화 2.25%)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이것이 브레튼우즈위원회(볼커 위원회)가 창안하고 있는 목표환율권제도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이 ERM에 의해 EC회원국통화당국은 자국화폐가 허용된 변동폭밖으로 벗어날
위기에 있을 때는 의무적으로 시장개입을 통해 방어에 나서야 한다.

이 때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시기를 결정하는 것으로 괴리지표가 이용된다.

중심환율에서 허용된 변동폭의 75%까지 환율이 오르거나 떨어지는 시점이
각국 통화당국이 자국통화방어에 나서야 될 시점이다.

통화방어는 시장개입으로 실행해야 하지만 외환보유고사정등으로 역부족일
때는 다른 회원국들의 양해를 얻어 금리를 조정할 수 있고 마지막 수단으로
중심환율자체를 변경할 수 있다.

91년 외환시장파동때 2차례의 중심환율변동조치가 있었고 나중에는 영국
파운드화와 이탈리아리라화가 ERM으로부터 탈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최악의 사태를 겪었다.

그리스의 드라크마화는 처음부터 ERM에서 제외돼 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으로 에퀴가 단일통화로 채택되고 EU중앙은행이 창설되는
마지막 경제통화동맹(EMU)단계에 앞서 이 변동폭을 2.25%내에서 2년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변동폭확대이후 외환투기가 진정되면서 대부분의 EU회원국화폐가
이범위 언저리에서 안정되고 있다.

EMS의 세번째 구성요소는 EMS의 의무사항을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회원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신용공여기구인 유럽통화기금(EMF)의 설립이다.

또 다른 EMS구성요소는 공동통화기구창설의 시발이 될 유럽통화협력기금
(EMCF)의 설립이다.

이 기구는 금과 달러스와프기금으로 12개회원국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자국의 금과 달러준비금의 20%를 EMCF와 스와프함으로써 에퀴를
공적준비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을 본뜬 이 기금은 에퀴의 회원국외화준비자산기능촉진
외에 중앙은행간에 이뤄진 신용거래의 상호결제를 보장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이러한 EMS는 79년 발족한 이래 적어도 91년 환투기가 일기전까지 EC역내의
통화안정및 물가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동시에 에퀴가 민간부문에서까지 결제수단으로 이용되는등 활용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단순히 지역적인 통화로부터 국제적인 통화로 자리를 다지는
성공을 거뒀다.

유럽자금시장에서 에퀴는 달러화 마르크화에 이어 제3의 통화지위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직된 환율체제는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을 통한 자국통화방어를
기대한 환투기를 자극함으로써 91년가을과 92년봄의 대혼란을 자초한
결함을 보이기도 했다.

국제금융시장의 확대와 자유화추세는 어느 한 통화제도로서는 통제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