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선보인 신형 XC6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볼보가 선보인 신형 XC6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볼보가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60의 신형 모델을 선보였다. 신형 XC60은 그간 지적됐던 볼보의 고질적 단점을 해결한 기념비적 모델이라 할 만했다.

국내 시장에서 최근 몇년 사이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볼보다. 스웨덴 자동차 제조사 볼보는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19년 1만대 클럽에 진입했고 올해도 9월까지 1만1193대를 팔아 수입차 톱5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XC60는 볼보의 대표 모델이다. 지난해 2539대가 팔려 전체 판매량의 19.8%를 차지했고 올해도 지난달까지 2398대가 팔리며 21.4%를 점유하고 있다. 신형 XC60 출시 직전 진행한 사전계약도 2000대 넘게 접수됐다.
볼보가 선보인 신형 XC6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볼보가 선보인 신형 XC6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번 XC60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내외관에 큰 차이는 없다. 전체적으로 기존 디자인을 유지한 가운데 가장 큰 차이로는 90클러스터에 이어 적용된 새로운 엠블럼을 꼽을 수 있다. 이전까지 차량 룸미러 앞 부위에 있던 카메라와 센서 위치가 엠블럼으로 옮겨지고, 엠블럼 내부에 열선이 추가돼 겨울철에도 센서 정확도가 높게 유지된다는 기능적 특징도 가졌다.

그 외에 전면 범퍼와 사이드스커트, 후면 범퍼로 이어지는 크롬 라인이 생겨 차량의 넓은 차체를 강조하는 변화가 이뤄졌고 전면 범퍼의 디자인도 살짝 변경됐다. 친환경 기조에 맞춰 배기구를 숨겼다는 차이도 있다.
볼보가 선보인 신형 XC6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볼보가 선보인 신형 XC6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실내의 차이도 크지 않은데, 기존 XC60 인테리어에 오레포스 크리스탈 기어노브가 추가되고 선루프 개폐버튼이 터치식으로 변경된 정도다. 디자인만 보면 '연식변경 수준인데 이게 왜 부분변경이지' 싶다.

신형 XC60의 달라진 점은 시동을 걸어야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볼보의 최대 단점이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완전히 바뀐 것. 그간 볼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소유주들 사이에 악명이 높았다. 기본 내비게이션은 제 구실을 못했다.
볼보가 선보인 신형 XC6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볼보가 선보인 신형 XC6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길안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지형 변화도 반영하지 않았다. 재개발로 사라진 도로를 권하는가 하면 멀쩡한 길을 달리고 있음에도 차량이 바다 위에 있다고 안내할 정도다. 매번 시승기를 쓰면서도 지적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면 길안내는 제대로 받을 수 있지만 다른 불편이 생긴다. 이들 기능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블루투스 연결이 끊겨 통화에 어려움이 생긴다. 카플레이를 쓰면 USB 연결도 추가로 끊겼다.
볼보가 선보인 신형 XC6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볼보가 선보인 신형 XC6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길안내를 받고 싶다면 통화도, 음악 감상도 하지 말라는 소리다. 비난이 이어지자 볼보는 2019년 3세대 S60를 국내 출시하며 새로운 내비게이션을 개발하겠다고 소비자들에게 약속했다. 그 결과물이 이번 XC60다.

볼보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300억원을 투자해 티맵모빌리티와 한국 시장만을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새로 개발했다. 이 인포테인먼트가 신형 XC60에 가장 먼저 탑재됐다. 내비게이션 티맵, 음성인식 AI비서 누구, 음악 플랫폼 플로가 통합되면서 개인 맞춤형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볼보 신형 XC60에는 티맵, 누구, 플로가 탑재됐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볼보 신형 XC60에는 티맵, 누구, 플로가 탑재됐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우선 내비게이션은 티맵의 명성에 걸맞게 흠잡을 곳 없는 품질을 자랑한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카플레이를 쓰고자 스마트폰을 연결할 이유가 없을 정도다. 이용도 한결 쉬워졌다. AI비서 누구가 탑재되며 인포테인먼트 기능 대부분을 음성인식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아리야!"하고 부른 뒤 원하는 바를 말하면 실내 온도 설정이나 열선·통풍 시트 작동부터 목적지와 경유지 설정 등이 이뤄졌다. 전화나 문자 이용, 음악 추천과 재생, 날씨·뉴스 탐색이 가능하고 집안 조명이나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을 조작하는 스마트홈 기능까지 지원한다. 말을 다소 빠르게 하거나 마스크를 쓰고 다소 부정확한 발음을 들려줘도 모두 즉각 인식했다.
볼보 XC60 디지털 클러스터 작동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볼보 XC60 디지털 클러스터 작동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5년 LTE 데이터 무료와 플로(FLO) 1년 이용권을 제공하기에 이런 기능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볼보의 설명이었다. 외형은 크게 다르지 않기에 기존 XC60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만 새로 이식할 수 있는지 볼보 측에 문의했지만, 내부 구조가 달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기능적 차이가 매우 컸기에 구형 XC60 소유주들이 느낄 박탈감이 우려됐지만, 그간 차량을 판매하며 이러한 부분을 알리고 동의를 구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외에도 이번 XC60는 전·후방과 측면 카메라 화질이 대폭 개선됐다. 기존 볼보 차량들은 전·후방 카메라와 어라운드뷰 화질이 선명하지 못해 지적을 받았는데, 신형 XC60 카메라는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밝고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덕분에 어라운드뷰도 답답함 없는 시야를 보여준다.
XC60에 도입된 볼보 온 콜 시연.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XC60에 도입된 볼보 온 콜 시연.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여기에 스마트폰으로 차량 개폐 및 온도 설정 등이 가능한 '볼보 카스 앱'과 24시간 사고접수·긴급출동 등을 제공하는 '볼보 온 콜'이 신형 XC60부터 제공된다.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도 후방 물체를 감지해 자동으로 멈추는 '리어 액티브 브레이크' 기능이 추가됐다. 볼보의 ADAS인 시티 세이프티를 작동하는 방식이나 작동 이미지도 미세하게 달라져 있었다.

신형 XC60의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 토크 35.7kg·m을 발휘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엔진 B5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42.8kg·m을 발휘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엔진 B6 △합산 최고출력 총 405마력(엔진 318마력+모터 87마력), 최대 토크 40.8kg·m를 발휘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엔진 T8으로 구성됐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B5 인스크립션 모델이었는데 주행 성능에 있어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가격은 파워트레인에 따라 △B5 6190만~6800만원 △B6 6900만~7200만원 △T8 8370만원이다. 이번 차량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했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직전 연식의 XC60가 D5 6260만~6870만원, T6 7540만원에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가성비'도 다소 높아졌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