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사진은 직접적 연관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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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한참 샀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종목들을 팔고 반도체주들을 사고 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저PBR 테마의 상승 동력이었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정책 가이드라인의 윤곽이 5월에야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25~29일) 저PBR주가 포함된 KRX 보험(-7.49%), 증권(-6.17%), 자동차(-2.53%), 은행(-0.54%) 지수는 내림세를 보였다. 외국인 매도세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 한 주 동안 지주사인 POSCO홀딩스를 983억원어치 팔았다. 순매도 규모가 두 번째로 컸다. 신한지주는 51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더해 실적 개선 기대감까지 부풀었던 현대차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도 302억원에 달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작년부터 아시아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달러 환산 지수로 '저렴하다'고 인식되는 종목을 집중 매수해왔다"며 "그동안 국내 저PBR주가 많이 오른 만큼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PBR주에서 빠져나온 외국인의 자금은 실적 기대감이 커지는 반도체주로 향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0개 중 4개 종목은 반도체 관련주였다. 이재선 연구원은 "아직 AI 수요에 따른 반도체 기대감이 미국 증시에서 유효하다"며 "앞으로 외국인의 국내 반도체 순매수세는 더 강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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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전자를 5거래일간 1조6085억원어치 쓸어 담았다. 그 뒤를 잇는 SK하이닉스도 2897억원어치 사들였다. 한미반도체와 삼성전자우도 각각 1558억원, 48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8만원대에 안착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KRX반도체지수도 한 주 동안 7.71%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내달 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실적은 6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에 따라 수요가 늘면서다. 현재 미국 증시도 AI와 반도체 기술주가 상승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 수급이 반도체주로 쏠리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저PBR주는 오는 5월 정부의 정책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기 전까지 상승 모멘텀이 부족할 것으로 보여서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는 기업 밸류업 정책을 예고하면서 '주주환원율'에만 너무 치중한 경향이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제 '수익성' 관점에서 저PBR주 중 장기적으로 가져갈 종목을 고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주 외에도 화장품 등 소비주에 대한 순매수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현재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국내 대형 반도체주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됐다"며 "외국인 수급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최소한 밸류업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되기 전까진 반도체 주도의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