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에 이어 외국계 은행도 금융감독원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안을 수용해 자율배상에 나선다.

농협·SC제일·한국씨티, 홍콩 ELS 배상절차 개시
농협은행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홍콩 ELS 손실 관련 자율배상을 결의했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의 홍콩 ELS 판매 잔액은 약 2조131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738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자율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손실 고객에 대한 조정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이날 이사회를 통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토대로 투자자와 배상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은 홍콩 ELS 판매 잔액이 1조원(1조2427억원)을 웃도는 데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해 자율배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판매사인 은행의 위법 행위에 대한 법적 판결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배상이 나서는 것은 글로벌 관행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SC그룹이 한국에서의 사업 강화 차원에서 SC제일은행의 선제적 배상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씨티은행도 홍콩 ELS 판매 잔액이 370억원 정도로 크지 않지만 2021년 소매금융에서 철수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배상을 결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중은행 중 홍콩 ELS 판매 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8조1972억원)과 신한은행(2조3701억원)도 29일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다음달부터 홍콩 ELS 손실 투자자와 접촉해 배상 내용과 절차 등을 안내할 계획이다. 자율 조정에 실패하면 분쟁 조정이나 소송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