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024'가 VIP오픈일인 지난 26일 개막했습니다. 해마다 3월 열리는 이 행사는 그해 글로벌 미술시장의 가늠해 볼 수 있는 '풍향계로' 인식돼 왔습니다. 글로벌 미술업계 관계자들은 아트바젤 홍콩에서 팔리는 미술품들의 규모, 컬렉터들의 구매열기 등을 보고 그해 미술시장의 경기를 점쳐왔습니다. 올해 행사엔 지난해 보다 37% 증가한 40개 국가 242개 갤러리가 참가했습니다. 한경 아르떼는 최지희 기자와 최윤정 에디터를 홍콩 현지로 보내 행사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행사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촬영한 사진들을 통해 아트바젤 홍콩 현지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홍콩 침사추이 빅토리아 독사이드에 뜬 '아트 바젤 보트', 홍콩 당국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에 시즌마다 다른 테마의 깃발을 전시한다. 3월은 아트바젤 홍콩이 차지했다.
침사추이 빅토리아 독사이드에서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홍콩 컨벤션센터를 바라본 전경.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고 있는 지난 27일, 홍콩 침사추이 빌딩 위 전광판에 아트바젤 홍보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홍콩 당국은 행사의 홍보를 위해 3월 한 달 내내 홍보 영상을 상영했다.
아트바젤 홍콩 개막 전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 이날 기자간담회엔 노아 호로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와 안젤라 시앙 리 아트바젤 홍콩 총괄디렉터가 마이크를 잡았다.
아트바젤 홍콩 2024의 VIP 오픈일이었던 지난 26일 전시장의 모습. 오픈 직후 사람들이 몰렸던 지난해와 달리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아트바젤 홍콩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침사추이에 있는 K11 뮤제아 6층 전시장에서 관객들이 아트 퍼포먼스를 관람하고 있다. 이 날 행사는 초청받은 소수의 VIP들만 입장할 수 있었다. 한스 울리히 오브히스트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 카린 힌즈보 테이트모던 관장 등이 자리했다.
아트위크 기간에 맞춰 홍콩을 찾은 알리아 알 세누시 리비아 공주. 슈퍼 컬렉터로, 예술 시상식 'K11 아트 프라이즈'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트바젤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에이드리언 청 K11그룹 회장이 'K11 아트 프라이즈'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첫 회를 맞은 K11 아트 프라이즈의 수상자로는 홍콩 작가 신 리우가 선정됐다.
아트바젤 홍콩에 참여한 국내 갤러리 중 하나인 아라리오갤러리가 부스에 들고 나온 인도네시아 작가 에코 누그로호의 2023년작 'In One'. 아라리오갤러리를 비롯한 한국 갤러리 10곳이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 부스를 냈다.
하우저앤워스가 내놓은 필립 거스틴의 1978년작 ‘The Desire’. 오픈일 115억원에 판매됐다.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 판매된 작품들 가운데 100억원을 넘는 2점 중 하나다.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 한가운데에 마련된 인카운터스 전시장. 대형 설치작만을 선별해 전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쿠바 조각가 요안 카포테의 'Endless Sea(Requiem)' 앞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갤러리 화이트큐브가 아트바젤 홍콩에 들고 나온 7억 2000만원짜리 박서보의 작품. VIP 프리뷰 첫날 예약자만 있을 뿐 주인을 찾지는 못했다.
27일 아트바젤 홍콩 VIP 오픈일 2일차, 홍콩 컨벤션센터 로비에 모인 관객들. 로비 공간과 전시장 내부에 식음료 공간도 턱없이 부족해 불편함을 토로하는 관객이 많았다.
레비고비 다이안 갤러리가 갖고 나온 쿠사마 야요이의 2000년작 ‘Infinity Dots CR (1-3)’. 67억원짜리 이 작품은 올해 아트바젤 홍콩 대표작으로 거론되었지만, VIP 오픈일에 주인을 찾지 못했다.
매년 3월 개최되는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이자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세계 미술업계가 이 페어에서 팔리는 예술품 규모를 보고 한 해 시장을 전망하기 때문이다. 올해 행사(26~29일)는 그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완벽히 회귀한 수준으로 열려 더욱 주목받았다. 40개 국가에서 242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지난해에 비해 37% 증가한 숫자다.하지만 지난 26일 열린 VIP 오픈일 첫날 행사 직후부터 아트바젤 홍콩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작품을 쓸어 담던 중국 손님들의 대화 소리도 올해 행사장에선 듣기 힘들었다. 화이트큐브에 나온 박서보의 7억2000만원짜리 작품도 대기자만 있을 뿐 쉽게 팔리지 않았다. 오픈일 이전 사전 판매만으로 부스 작품의 절반 이상을 팔았던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첫날 분위기 ‘기대 이하’이번 장터에 부스를 낸 242개 갤러리 중 한국 화랑은 10곳. 국제갤러리는 오픈과 동시에 강서경의 작품을 9만달러(약 1억2060만원)에, 줄리아 오피의 작품을 11만파운드(약 1억8600만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한국 화랑들도 뜨거운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다. 윤혜정 국제갤러리 이사는 “중국 손님보다 한국인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지난해처럼 오픈일이나 사전 판매로 불티나게 팔리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홍콩 당국은 정상화된 아트바젤의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은 터라 더욱 총력을 다했다. 3월 한 달 내내 ‘홍콩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양한 ‘메가 이벤트’를 들여왔다. 각종 글로벌 행사의 홍콩 진입을 위해 ‘메가아트앤드컬처위원회’를 만들고 에이드리언 청 K11그룹 회장을 의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행사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아트바젤 홍콩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었다. 지난 13일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공개한 ‘글로벌 아트마켓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예술시장은 9%가량 성장하며 2022년 영국에 내준 2위 자리를 탈환했다.그러나 아트바젤 홍콩 주최 측에서는 통상 첫날 공개하던 ‘판매 리포트’를 올해는 공개하지 않았다. 판매 실적이 당초 기대에 못 미쳐 이례적으로 데이터 비공개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아트페어의 특성상 VIP 공개일에 지갑을 가장 많이 여는 손님들이 찾기 때문에 남은 기간에 비싼 작품과 대작 판매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갤러리 간 판매 실적 ‘희비’참가 갤러리 간 판매 실적 차이도 컸다. 주목받는 작품을 들고나온 대형 갤러리들만 성과가 좋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우저앤드워스 갤러리다. 이 갤러리는 900만달러(약 120억4000만원)에 달하는 윌렘 드 쿠닝의 작품을 팔며 첫날 최고가 판매에 등극했다. 필립 거스틴의 850만달러(약 114억7900만원)짜리 작품도 넘겼다. 한국 갤러리 조현화랑도 가지고 나온 이배 작가의 작품 세 점을 모두 인도의 한 컬렉터에게 넘겼다. 그러나 미국 갤러리 카르마를 비롯한 다른 갤러리에서는 “지난해 행사와 비교했을 때 올해 VIP 오픈일 판매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대부분의 갤러리는 이번 페어 분위기가 미지근한 이유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중화권 경제 불황이다. 중화권 고객들이 아트바젤 홍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행사가 열리던 상반기까지는 중화권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중국 부동산 위기, 홍콩증시 하락 등으로 경기에 먹구름이 꼈다. 이번 바젤 또한 중화권의 경기 침체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中 경기 침체 직격탄두 번째는 서양 대형 갤러리의 부재다. 실제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는 마리안 굿맨, 션 켈리 갤러리 등 2019년 행사 때 부스를 냈던 세계 대표 갤러리들이 보이지 않았다. 홍콩과 중국 간 정세 불안과 중화권 내 예술시장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불참을 택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연스레 수백억원대의 대작 출품 수도 줄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컬렉터들도 “서양 대형 갤러리가 빠져 볼 만한 작품이 줄어들었다”며 “지난해 12월 열린 아트바젤 마이애미와 달리 비싼 작품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세 번째 요인으로 ‘홍콩의 중국화’를 꼽는 이들도 있었다. 한 외국 갤러리스트는 “중국의 검열을 피해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홍콩을 떠난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특히 아트바젤을 불과 한 주 남긴 19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통과되며 예술시장 내 불안감이 커졌다. 행사를 찾은 프랑스 갤러리스트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나 불안감 때문에 행사 직전 참가를 포기한 컬렉터도 많다”고 했다.아트바젤 홍콩의 부진으로 9월 서울에서 열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리즈 서울이 서양 갤러리와 고객을 끌어온다면 홍콩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갤러리스트는 “서울은 홍콩이 가진 ‘중국 리스크’가 없는 데다 중국에 비해 경기 전망도 밝다”며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온다면 홍콩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홍콩=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지난 한 달간 전 세계 미술계의 눈은 홍콩에 맞춰졌다. 올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시장의 전망을 점쳐볼 수 있는 ‘아트바젤 홍콩’(26~29일)이 열렸기 때문이다. 매년 3월 개최되는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이자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세계 미술업계가 이 페어에서 팔리는 예술품의 규모를 보고 한 해 시장 전망을 점치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완벽히 회귀한 수준으로 열려 더욱 주목을 받았다. 40개 국가에서 242개의 갤러리가 참가했다. 지난해에 비해 37% 증가한 숫자다.하지만 VIP 오픈일인 26일이 끝나자 아트바젤 홍콩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행사장엔 지난해 작품을 쓸어담던 중국 손님들의 대화 소리도 듣기 힘들었다. 화이트큐브에 나온 박서보의 7억2000만원짜리 작품도 대기자만 있을 뿐 쉽게 팔리지 않았다. 오픈일 이전 사전 판매만으로 부스 작품의 절반 이상을 팔았던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번 장터에 부스를 낸 242개 갤러리 중 한국 화랑은 10곳. 국제갤러리는 오픈과 동시에 강서경의 작품을 9만 달러(한화 약 1억 2060만원)에, 줄리아 오피의 작품을 11만 파운드(한화 약 1억 8600만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한국 화랑들도 뜨거운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다. 국제갤러리 윤혜정 이사는 “중국 손님보다 한국인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지난해와 같이 오픈일이나 사전 판매로 불티나게 팔리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 당국은 정상화된 아트바젤의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은 터라 더욱 총력을 다했다. 3월 한 달 내내 ‘홍콩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양한 ‘메가 이벤트’들을 들여왔다. 지난해에는 각종 글로벌 행사의 홍콩 진입을 위해 '메가 아트 앤 컬쳐 위원회'를 만들고 에이드리언 청 K11그룹 회장을 의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에이드리언 청은 아트 페스티벌 기간 동안 아시아 최초로 대형 패션 행사인 컴플렉스콘, VIP 자선 파티 등을 열며 홍콩으로 빅샷들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한스 울리히 오브히스트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 카린 힌즈보 테이트모던 관장 등이 이번 아트위크 기간 홍콩을 찾아오며 기대를 모았다. 행사가 열리기 전까지만해도 아트바젤 홍콩을 향한 전망은 낙관적이었다. 실제 지난 13일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공개한 ‘글로벌 아트마켓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예술시장은 9%가량 성장하며 2022년 영국에 내줬던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노아 호로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도 개막 전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지난해 글로벌 판매 리포트를 보면 중화권 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중국은 지난해 주요 국가들의 매출 규모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홀로 전년 대비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트바젤 홍콩 주최 측에서는 올해 이례적으로 통상 첫날 오후 공개하던 ‘판매 리포트’도 공개하지 않았다. 아트페어의 특성상 VIP 공개일에 지갑을 가장 많이 여는 손님들이 찾기 때문에 남은 기간동안 비싼 작품이나 대작의 판매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빅샷’들이 부활절 연휴(3월 29일~4월 4일) 직전인 27일 홍콩을 떠나며 고가 작품 판매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참가 갤러리 간 판매 실적 차이도 컸다. 주목받는 작품을 들고 나온 대형 갤러리들만 성과가 좋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다. 이 갤러리는 350만달러짜리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과 에드 클라크의 110만 달러짜리 작품을 중국의 한 재단에 넘겼고, 그 외에도 어제 하루동안 9개의 작품을 판매했다. 한국 갤러리 조현화랑도 가지고 나온 이배 작품 세 점을 모두 인도의 한 컬렉터에게 넘겼다. 그러나 미국 갤러리 카르마를 비롯한 다른 갤러리에서는 “지난해 행사와 비교했을 때 올해 VIP 오픈일 판매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비싼 대작들 대신 ‘지갑을 쉽게 열 수준의’ 저렴한 작품들만 가지고 나오자는 전략을 택한 갤러리도 많았다. 일본 갤러리 웨이팅룸은 타카타 후지히로의 비디오 작품을 3000달러라는 싼 가격에 선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이번 페어 분위기가 미지근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중화권 경제 불황이다. 중화권 고객들이 아트바젤 홍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행사가 열리던 상반기까지는 중화권 경기에대한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중국 부동산 위기, 홍콩 증시 하락 등으로 경기에 먹구름이 꼈다. 이번 바젤 또한 중화권의 경기 침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두 번째는 서양 대형 갤러리 부재다. 실제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는 마리안 굿맨, 션 켈리 갤러리 등 2019년 홍콩 바젤에 부스를 냈던 세계 대표 갤러리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홍콩과 중국 간 정세 불안과 중화권 내 예술시장 경기 침체를 미리 예상한 까닭이다. 자연스레 수백억대의 대작 출품 수도 줄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컬렉터들도 "서양 대형 갤러리가 빠져 볼 만한 작품이 줄어들었다"며 "지난해 12월 열린 아트바젤 마이애미와 달리 비싼 작품들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선 ‘홍콩의 중국화’가 부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외국 갤러리스트는 “중국의 검열을 피해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홍콩을 떠난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특히 아트바젤을 불과 한 주 남긴 지난 19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통과되며 예술시장 내 불안감은 커졌다. 행사를 찾은 프랑스 갤러리스트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나 불안감 때문에 행사 직전 참가를 포기한 컬렉터들도 많다”고 했다. 아트바젤 홍콩의 부진으로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리즈 서울이 서양 갤러리들과 고객들을 끌어온다면 홍콩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했다. 한 갤러리스트는 “서울은 홍콩이 가진 ‘중국 리스크’가 없는데다 중국에 비해 경기 전망도 밝다”며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면 홍콩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최지희 기자
지금 전 세계 미술계의 관심은 홍콩을 향하고 있다. 올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시장의 전망을 점쳐볼 수 있는 ‘아트바젤 홍콩’(26~29일)의 베일이 벗겨졌기 때문이다. 매년 3월 개최되는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이자,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세계 미술업계는 이 페어에서 팔리는 예술품의 규모를 보고 한 해 시장 전망을 점치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간 수준으로 열리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올해 페어에는 40개 국가에서 242개의 갤러리가 참가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7% 증가한 숫자다.VIP 오픈일인 26일, 행사장은 한산했다. 지난해 작품을 쓸어담던 중국 손님들의 대화 소리도 듣기 힘들었다. 하우저앤워스에서 들고 나온 니콜라스 파티 작품은 여전히 미판매 상태였다. 화이트큐브에 나온 박서보의 72억짜리 작품도 대기자만 있을 뿐 쉽게 팔리지 않았다. 오픈일 이전 사전 판매만으로 부스 작품의 절반 이상을 팔았던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번 장터에 부스를 낸 242개 갤러리 중 한국 화랑은 10곳. 국제갤러리는 오픈과 동시에 강서경의 작품을 9만 달러(한화 약 1억2060만원)에, 줄리아 오피의 작품을 11만 파운드(한화 약 1억8600만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국내 화랑들도 뜨거운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다. 국제갤러리 윤혜정 이사는 “중국 손님보다 한국인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며 “지난해와 같이 오픈일 불티나게 팔리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 당국은 정상화된 아트바젤의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은 터라 더욱 총력을 다했다. 3월 한 달 내내 ‘홍콩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양한 ‘메가 이벤트’들을 들여왔다. 지난해에는 각종 글로벌 행사의 홍콩 진입을 위해 '메가 아트 앤 컬쳐 위원회'를 만들고 에이드리언 청 K11그룹 회장을 의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에이드리언 청은 아트 페스티벌 기간 동안 아시아 최초로 대형 패션 행사인 컴플렉스콘, VIP 자선 파티 등을 열며 홍콩으로 빅샷들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한스 울리히 오브히스트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 카린 힌즈보 테이트모던 관장 등이 이번 아트위크 기간 홍콩을 찾아왔다.행사가 열리기 전까지만해도 아트바젤 홍콩을 향한 전망도 낙관적이었다. 실제 지난 13일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공개한 ‘글로벌 아트마켓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예술시장은 9%가량 성장하며 2022년 영국에 내줬던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노아 호로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도 개막 전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지난해 글로벌 판매 리포트를 보면 중화권 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중국은 지난해 주요 국가들의 매출 규모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홀로 전년 대비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이번 페어 분위기가 미지근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중화권 경제 불황이다. 중화권 고객들이 아트바젤 홍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행사가 열리던 상반기까지는 중화권 미술시장 경기엔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중국 부동산 위기, 홍콩 증시 하락 등으로 경기엔 먹구름이 꼈다. 이번 바젤 또한 중화권의 경기 침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두 번째는 서양 대형 갤러리의 부재다. 마리안 굿맨, 션 켈리 갤러리 등 2019년 홍콩 바젤에 부스를 냈던 세계 대표 갤러리들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홍콩과 중국 간 정세 불안과 예술시장 경기 침체를 미리 예상한 까닭이다. 자연스레 수백억대의 대작 출품 수도 줄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컬렉터들도 "서양 대형 갤러리가 빠져 볼 만한 작품이 줄어들었다"며 "지난해 12월 열린 아트바젤 마이애미와 달리 비싼 작품들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