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최지희
    최지희 문화부
  • 구독
  • 은둔의 벨기에 작가 한국 나들이…"현실보다 상상이 더 흥미로워요"

    극도로 내성적인 작가가 한국을 찾아왔다.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다. 그는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와 서초구 스페이스이수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두 곳의 전시가 끝나면 작품을 그대로 들고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을 찾는다.벨데는 말 그대로 ‘방구석 작가’다. 집을 나서거나 남에게 노출되는 것을 싫어한다. 한국에서 3곳의 전시회를 열면서도 공식 행사를 하지 않았다. 외부 작업도 없다. 집에서 책과 TV, 영화 등을 보며 바깥세상을 구경한다. 그리고 실제 이미지에 상상을 더해 현실과 상상 어딘가에 있는 새로운 세계를 작품으로 만든다.아트선재센터 전시를 관통하는 건 두 편의 영상이다. 야외에서 찍은 것 같지만 영상 제작은 모두 작업실 안에서 이뤄졌다. 자동차, 바위산, 과일 가판대 등 바깥세상을 세트장으로 창조했다. 소품은 모두 벨데가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서울 전시에서는 소품들도 함께 설치됐다.2층 전시장에는 눈알이 뚫린 라텍스 마스크가 있다. 벨데는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본뜬 마스크를 배우에게 씌우고 영상을 찍었다. ‘내 얼굴로 180도 다른 삶을 살면 어떨까’라는 상상이 영감이 됐다.실제 자동차를 그대로 옮겨놓은 소품도 등장했다. 내부 기어, 계기판과 핸들까지 모두 진짜 자동차와 똑같을 정도로 정교하다. 특이한 점은 번호판이다. 숫자, 글자 대신 패턴을 심었다. 이유에 대해 벨데는 “내 허구의 세계에 특정 국가나 도시를 반영하기 싫다”고 말했다고 한다.이번 전시에는 벨데의 회화도 소개됐다. 그가 그리는 회화는 반드시 하단에 텍스트가 놓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림 밑에 글귀를 적어 작품이 신문 사진기사처럼 느껴지게 의도했다

    2024.04.29 19:00
  • 누나는 그림으로, 동생은 조각으로 … 똑 닮은 남매가 함께 전시를 열었다

    닮은 얼굴로 닮은 미소를 짓고 있는 두 작가. 다정한 모습은 언뜻 부부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남매지간이다. 3남 4녀 중 1939년생인 둘째 누나와 1947년생인 여섯째 동생이 함께 전시를 열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어머니와 소설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두 남매는 부모의 예술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지금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에서는 윤석남과 윤석구의 전시 '뉴 라이프'가 열리고 있다. 두 남매가 각자의 작품을 한 곳에서 선보이는 건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윤석구의 설치작 전시를 준비하던 학고재가 “누나 윤석남의 작품을 함께 걸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며 남매 그룹전이 성사됐다. 학고재의 문을 열자마자 관객을 맞이하는 건 팔을 한껏 벌리고 선 남성의 조각상이다. 마치 영화 ‘박하사탕’의 설경구를 연상시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 조각상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 드로잉을 본따 만들었다. 그 위에는 알록달록한 천을 덧씌웠다. 윤석구는 인체비례라는 진지한 작품에 화려한 천을 씌우는 과정을 통해 다빈치에서부터 비롯된 ‘과학만능주의’에 비판적 시선을 보낸다. 과학이면 뭐든 가능하다는 믿음이 유전자 조작, 환경 파괴 등 오히려 혼란스러운 세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윤석구가 만든 빌렌드로프의 비너스 조각도 전시됐다. 이 작품 위에도 그는 화려한 색과 모양의 천을 덧씌웠다. 최초의 인간 조각상을 의미하는 비너스에 색을 씌우며 피곤하고 지치지만 그 모습을 가리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아픔과 사회 문제를 표현했다. 윤석구는 이처럼 조각이나 설치작에 천을 감싸 새로운 작품을 만드

    2024.04.29 09:02
  • 북서울미술관에 ‘파’ 심었던 작가 … 그가 미완성작을 들고 나온 이유

    지난해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바닥에는 미술관과 조금 동떨어진 물건들이 깔렸다. 거울과 밧줄, 그리고 시장에서 볼 법한 비닐봉지, 대파 등이 넓은 전시장 바닥을 가득 메웠다. 관람객은 이 물건들 사이를 피해 지나가야 하는데, 혹여 거울을 깨뜨리거나 밧줄에 걸려 넘어질 수 있기에 조심해야만 했다. 이 파격적인 설치작은 당시 북서울미술관 단체전에 나온 작품들 중 가장 주목받았다. 이 작품의 주인은 박경률. 그가 이번에는 삼청동을 찾아왔다. 백아트에서 열리는 개인전 ‘네시’를 통해서 관객을 만난다. 작가가 2022년 미국 산타모니카 레지던시에서 그린 작품들과 귀국 이후의 작업들이 걸렸다.  ‘예술의 형태는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는 점에서 북서울미술관의 연장 전시격이지만 그 형태는 훨씬 간결하다. 관객의 발에 차이던 모든 물체들을 들어낸 후 거울과 회화 작품만 남겼다. 갤러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바닥에 설치된 거울 위에 가지런히 놓인 분홍색 음료수 병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작품의 제목은 ‘웰컴 드링크’다. 제목처럼 박경률은 자신의 개인전을 찾는 관객들을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문 앞에 이 작품을 설치했다. 관객은 들어서며 실제로 이 음료수를 집어들어 마셔볼 수 있다. 산타모니카에서 자주 마셨던 음료수를 전시하며 관객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바로 옆 움푹 들어간 벽 공간에는 작품 하나가 걸렸다. 이 그림 옆에는 동그란 거울 두 개가 나란히 놓였다. 관객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거울 속 회화의 각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박경률에게 이 두 개의 거울은 인간의 눈을 상징한다. '사람이 누구

    2024.04.25 16:05
  • 영국 '오이'와 미국 '애플' 설계한 세계적 건축 거장 한눈에

    오늘날 영국 런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오이 모양 빌딩 ‘30 세인트 메리 엑스’, 홍콩 HSBC 빌딩, 애플과 블룸버그 사옥….세계를 가로질러 세워진 다양한 랜드마크격 건물들은 모두 한 사람의 손에서 나온 작품이다. 세계 최고의 건축 거장 중 하나로, 1999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노먼 포스터다. 지금 ‘거장’ 노먼 포스터의 건축 세계가 서울에 펼쳐졌다. 서울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노먼 포스터의 개인전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를 통해서다. 영국을 기반으로 18개국에 건축 사무소를 세우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와 그의 팀을 국내 처음으로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노먼 포스터를 소개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시다. 올해 ‘건축’이라는 전시 의제를 내세운 서울시립미술관이 포스터가 세운 자회사 포스터+파트너스와 손을 잡으며 성사됐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들이 지난해 직접 영국을 찾아 노먼 포스터를 만나고 매주 미팅을 가졌다. 포스터가 지난해 프랑스 파리 퐁피두미술관에서 선보인 회고전의 순회격이 아니라, 서울 전시만을 위해 새롭게 전시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포스터가 계속 고민해 온 ‘지속가능한 건축’에 대해 소개한다. 노먼 포스터의 60년 작업 인생을 돌아보는데, 그의 주요 프로젝트 중 특히 미술관, 박물관을 비롯한 공공 건축을 집중 조명한다. 포스터가 1960년대부터 작업한 건축 모형, 드로잉, 도면, 영상 등 300여 점과 그의 건축 프로젝트 50건을 선보인다. 노먼 포스터는 처음 건축 커리어를 시작할 때부터 '지속가

    2024.04.25 10:55
  • '40년 인연' 쌓은 한국 대표 작가들 뭉쳤다

    40년이라는 세월은 길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불혹(不惑)의 나이에 도달하는 동안 인연을 쌓아온 갤러리와 작가들이 있다. 이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동행: 가나아트와 함께한 40년’ 전시에서다.가나아트와 40년간 동행한 작가 23명이 참여한 전시로 김구림 윤명로 한진섭 등 ‘국가대표 작가’들의 작품 70점이 나왔다. 가나아트는 뜻깊은 전시를 위해 전관을 할애했다.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주요 작가의 최신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서다. 특유의 체커보드 패턴을 더 적극적으로 캔버스에 그려낸 유선태의 최신 작품 ‘말과 글-하늘정원’이 첫선을 보인다. 꽃이 피고 새가 날아다니는 화사한 하늘이 화면 가득 펼쳐진 이왈종의 신작도 나왔다.1층에 들어서면 한국 추상회화의 거목으로 불리는 윤명로가 1970년대 후반 그린 대표작 ‘균열’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마치 빗자루로 캔버스를 쓸어내듯 붓질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바람이나 냄새 같은 보이지 않는 존재를 추상적으로 그렸다. 동양의 서예를 서양 추상미술과 결합한 작가 오수환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그는 단색 바탕에 몇 획의 붓질을 한 작품을 주로 내놓는데,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대화’도 청록색 바탕에 노란 획을 그어 완성했다.한국 대표 실험미술 선구자이자 가나아트 대표 작가인 김구림의 작품도 바로 옆에 걸렸다. 이번 전시에 나온 ‘음양 시리즈’는 디지털 이미지와 아날로그 회화를 한 캔버스에 모은 작품이다. 가운데 누운 인물은 디지털 이미지로, 주변 배경은 모두 붓으로 그렸다.‘자연의 시간’을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

    2024.04.23 18:45
  • 김구림 윤명로 한진섭… '가나아트와 40년' 작가들 23명의 기획전

    40년이라는 세월은 길다. 강산이 네번 바뀌는 동안, 불혹(不惑)의 나이에 도달하는 동안 인연을 쌓아온 갤러리와 작가들이 있다. 이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는 열리고 있는 ‘동행: 가나아트와 함께한 40년’ 전시에서다. 가나아트와 40년을 동행해 온 작가 23명 전시에 참석했다. 김구림, 윤명로, 한진섭 등 '국가대표 작가'들의 작품 70점이 나왔고, 가나아트는 이 전시를 위해 전관을 할애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주요 작가들의 최신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어서다. 특유의 체커보드 패턴을 보다 적극적으로 캔버스 위에 그려낸 유선태의 최신 작품 '말과 글-하늘정원'이 첫 선을 보인다. 꽃이 피고 새가 날아다니는 화사한 하늘이 화면 가득 펼쳐진 이왈종의 신작도 나왔다. 1층에 들어서면 한국 추상회화의 거목으로 불리는 윤명로가 1970년대 후반에 그린 대표작 ‘균열’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마치 빗자루로 캔버스를 쓸어내듯 붓질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바람이나 냄새 같은 보이지 않는 존재를 추상적으로 그려냈다.   동양의 서예를 서양 추상미술과 결합시킨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 오수환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그는 단색 바탕에 몇 획의 붓질을 그은 작품을 주로 내놓는데,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대화‘도 청록색 바탕에 노란 획을 그어 완성했다.   한국 대표 실험미술 선구자이자 가나아트의 대표 작가 김구림의 작품도 바로 옆에 걸렸다. 이번 전시에 나온 ‘음양 시리즈’는 디지털 이미지와 아날로그 회화를 한 캔버스 안에 모은 작업이다. 가운데 누운 인물은

    2024.04.22 09:19
  • [이 아침의 미술가] 동물들 아픔 작품에 담은 이케무라 레이코

    이케무라 레이코는 ‘문학소녀’였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한 그는 스페인으로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를 사로잡은 건 글씨가 아니라 그림이었다. 유럽의 미술 세계에 반한 이케무라는 문학 공부를 그만두고 미술 학도의 길을 택했다.이케무라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마치 소설을 쓰듯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토끼 관음상’이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준다. 이 동상은 토끼 귀를 가졌지만 사람 얼굴을 하고 있으며 손은 성모 마리아가 기도하는 모양인데 옷은 일본 승려 복장이다.그는 동일본대지진 원전 사고로 태어난 유전자 변형 동물들에게 아픔을 느껴 이 작품을 탄생시켰다. 종교, 국가 등을 넘어 모두가 사회적 문제에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이케무라의 작품을 관통하는 사상은 ‘애니미즘’이다. 그는 모든 무기물에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의 그림에서 태양엔 눈, 코, 입이 달렸고 산맥과 나무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이케무라 레이코가 4월부터 한국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토끼 관음상을 포함한 작품 30여 점을 들고 대전 헤레디움미술관을 찾아왔다.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이케무라 인생에서 처음이다. 그가 전하는 위로의 전시는 오는 8월 4일까지 이어진다.최지희 기자

    2024.04.21 19:22
  • 관객들 뛰게 하는 서울 남산의 전시… "운동화 신고 오세요"

    '전시장을 방문하실 땐 꼭 운동화를 신어 주세요' 한 전시의 초대장 마지막에 적힌 문구다. 체육관도, 운동장도 아닌 전시장에 올 때 운동화를 신어 달라는 희안한 부탁이다. 남산공원 바로 앞까지 올라야 겨우 보이는 건물. 그 마당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운동화를 신어 달라'는 부탁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전시장 입구까지 가는 길을 '러닝 트랙'처럼 꾸몄다.  '드레스코드가 운동화'인데다 마라톤 트랙을 따라 입장해야 하는 전시의 정체는 서울 회현동 피크닉에서 열리고 있는 '달리기 :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다. '20세기 스포츠 영웅'으로 불리는 에밀 자토펙의 어록에서 따 온 제목처럼, 이 전시는 '인간의 달리기'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그림, 설치작, 영상부터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까지 '러닝'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선보인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관객을 맞이하는 건 작품이 아닌 러닝머신 두 대다. 전시 관계자들이 돌아가며 쉬지 않고 러닝머신 위를 달린다. 한 층 위엔 관객이 직접 러닝머신을 뛸 수 있는 체험형 작품도 놓였다. 서울을 비롯해 모로코, 호주, 핀란드 등 6개 국가의 대표적 러닝 코스를 화면 위로 보며 달릴 수 있다. 편한 신발을 신고 온 관객들만 이 체험을 할 수 있다. 전시 드레스코드가 운동화가 된 이유다.전시장 한켠, 넓은 흰 벽 앞엔 달리는 모습을 한 해골이 걸려 있다. 인체의 뼈마디엔 마치 해부학을 공부하는 학도가 남긴 듯한 설명들이 붙어 있다. 이 달리는 해골의 정체는 이형구의 '호모 푸각스'다. 몸에 대한 집요한 상상과 탐구를 하는 작가 이

    2024.04.19 17:50
  • 点은 세상을 보는 렌즈…역사를 보는 다른 시선의 시작점이 되고 싶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발견한 영국의 위대한 탐험가.’제임스 쿡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을 검색하면 나오는 설명이다. 쿡은 호주와 뉴질랜드를 처음 발견한 인물로 영국 해군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탐험가로 꼽힌다. 호주에는 그의 이름을 그대로 딴 대학교까지 존재할 정도다. 모두가 쿡의 새 영토 발견에 주목할 때 그 뒤에 숨은 다른 얼굴들에 눈길을 준 작가가 있다. 호주 시드니에 작업실을 둔 작가 대니얼 보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쿡의 업적 대신 영국의 침략을 받고 터전을 뺏긴 호주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보이드 자신이 호주 원주민이라는 뿌리를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다.이미 한국에서 세 번의 개인전을 연 보이드는 바탕에 다양한 형태의 점을 찍는 그만의 점묘 기법으로 관람객들에게 잘 알려졌다. 점 하나하나를 ‘세상을 보는 렌즈’라고 칭하며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봐 달라고 그림을 통해 호소한다. 지배자와 강자의 일방적 시선으로 기록된 역사를 점을 찍으며 재해석함으로써 잊힌 기록에 숨을 불어넣는다.그는 지난달 21일부터 홍콩 금융가 한복판에 ‘렌즈’를 삽입했다. 그는 지난달 말 열린 아트바젤 홍콩의 인카운터스 섹션에 참가해 홍콩 랜드마크 쇼핑몰 중 하나인 퍼시픽플레이스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인카운터스는 아트바젤 홍콩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들의 대형 설치작을 선보이는 프로그램. 보이드는 창문 철판 설치작뿐만 아니라 건물 천장과 바닥에도 모두 작품을 배치해 쇼핑몰을 자신의 예술 무대로 탈바꿈했다. 퍼시픽플레이스 2층 창문은 홍콩 아트위크 내내 그의 구멍 뚫린 철판 작품으로 가려져 있었다. 쇼

    2024.04.18 19:01
  • 올해 홍콩 아트위크의 시작과 끝엔 모두 다니엘 보이드가 있었다 [홍콩 아트위크]

    한국의 여의도처럼 홍콩의 금융사가  밀집된 지역인 애드미럴티. 이 곳에 랜드마크처럼 자리한 대형 복합쇼핑몰 퍼시픽플레이스의 2층 창문은 홍콩 아트위크 내내 모두 가려져 있었다. 쇼핑몰의 통창을 가린 건 커텐도, 천막도 아닌 '구리 철판'. 가까이 다가가보면 마치 작은 점을 종이 위에 찍은 듯 수많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 쇼핑몰을 찾은 사람들은 오직 이 구멍 사이로만 창문 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홍콩 최대 쇼핑몰 중 하나를 뒤덮은 철판의 정체는 호주 작가 다니엘 보이드의 작품이다. 그는 지난달 말 열린 아트바젤 홍콩의 인카운터스 섹션을 위해 이 작품을 쇼핑몰 크기에 맞춰 제작했다. '인카운터스'는 아트바젤 홍콩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작가들을 선정해 그들의 대형 설치작을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보이드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창문 철판 설치작뿐만 아니라 건물 천장과 바닥에도 모두 작품을 배치해 쇼핑몰을 자신의 예술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보이드는 올해 선정된 작가들 중 유일하게 컨벤션센터 내부가 아닌 도심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가 됐다. 한창 그의 작품이 설치되기 시작하던 지난달 말, 홍콩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작품처럼 고요하고, 또 신중했다. 대답을 하기 위해 생각하는 시간도 길었다. 대화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봤다. 보이드는 작품이 대중에게 공개되기 직전 가장 먼저 설치작을 보고 왔다고 했다. 그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컨벤션과 전시장을 벗어나 대형 쇼핑몰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게 즐겁다"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공개된 장소와 무작위적 만남이 오랜 작업활동을 해 온 그에게도 매우

    2024.04.09 15:04
  • 모든 '메가 이벤트' 뒤엔 이 남자가 있었다 ... 홍콩서 다시 만난 에이드리언 청 [홍콩 아트위크]

    “안녕하세요, 코리아!” 지난달 25일 홍콩 침사추이 K11 뮤제아에서 세 달 만에 다시 만난 에이드리언 청 K11그룹 회장은 분주하지만 즐거워 보였다. 그는 보유한 재산만 39조원이 넘는 ‘홍콩 3대 재벌’ 청 가문의 후계자다. 2006년부터 홍콩 최대 부동산기업인 뉴월드개발의 CEO 자리에 앉았다. 2008년에는 홍콩에 예술과 리테일을 결합한 ‘K11뮤제아’를 세워 이 지역을 ‘아트의 실리콘밸리’로 만들었다. 세계 미술 시장의 파워 컬렉터로도 이름을 알리며 ‘세계 미술계 영향력 있는 인물’ 명단에서 매년 10위 안팎을 차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홍콩의 예술 번영과 아트위크의 성공을 이끌 수장으로 낙점됐다. 홍콩 당국이 각종 글로벌 행사의 홍콩 유치를 위해 조직한 ‘메가아트 앤 컬쳐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그를 선임한 것. 청 회장은 위원장을 맡은지 85일만인 지난해 10월 첫 프로젝트로 침사추이 빅토리아 독사이드에 퍼렐 윌리엄스의 루이비통 쇼를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이번 홍콩 아트위크는 그에게 맡겨진 두 번째 대형 임무다.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홍콩에서 잇달아 열린 더 칠드런 볼, 컴플렉스콘, 아트 바젤, 아트 센트럴 등의 메가 이벤트도 모두 청 회장이 유치했다. 인터뷰 당일엔 그가 가진 예술 재단 K11 아트 파

    2024.04.04 14:46
  • 양조위, 판빙빙과 레드카펫을 함께 걸었다 … 홍콩 아트위크 정복기

    3월의 홍콩은 그야말로 ‘예술에 미친 도시’였다. 구도심 침사추이와 홍콩의 중심 센트럴을 가르는 넓은 바다 위엔 ‘아트바젤 보트’가 쉴 새 없이 떠다녔다. 도시 어디에서나 눈에 보이는 모든 전광판엔 이번주에 일어날 예술 이벤트들의 예고편이 끊임없이 재생 중이었다. 삭막하고 냉정한 증권가 빌딩 사이를 거닐 때도, 피크 트램을 타고서 홍콩 가장 높은 곳에 오를 때도, 시민들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엔 예술이 존재했다. 지난 3월 20일부터 약 열흘간 이어진 ‘홍콩 아트위크’. 홍콩은 ‘우리가 예술에 얼마나 진심인가’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도시 전체를 예술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미술관과 갤러리라는 장소의 제약을 깨부수고 길거리, 학교, 성당 등 삶의 터전 곳곳에 예술을 덧입혔다. 홍콩 대형 쇼핑몰 식당가에 앉아 식사하면서도 호주 작가 대니얼 보이드의 신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일상에 예술 작품을 심어 놓았다. ‘예술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듯, 이 기간 홍콩은 세계에서 찾아온 VIP로 가득했다. 흔히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미술계 인사

    2024.04.04 14:22
  • 亞슈퍼리치들 '확실한 대작'에는 지갑 열었다

    지난 26일 VIP 개막을 시작으로 30일까지 이어진 ‘아트바젤 홍콩 2024’. 세계 40개 국가에서 242개 갤러리가 참가한 올해 행사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라는 명성과는 달리 ‘끝까지 볼 게 없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막을 내렸다.관람객 수 또한 평균 이하였다. 닷새간 이어진 미술 장터에는 7만5000명의 손님이 모였다. 기존 아트바젤 홍콩의 평균 관객 수(8만 명)에 못 미치는 규모다. 홍콩 당국은 페어의 실패에 놀란 눈치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을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했다.◆‘차이나 포비아’로 위축아트바젤 홍콩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끝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심화된 ‘차이나 포비아’가 꼽힌다. 프랑스 갤러리 마리안굿맨, 미국의 션켈리 등 미주와 유럽권 대형 갤러리들이 중국의 검열 리스크를 우려해 불참했다. 이들이 나오지 않자 자연스레 수백억원대 작품도 페어에서 자취를 감췄다. ‘페어에 볼 것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관객들에게도 ‘차이나 리스크’는 컸다. 아트바젤 홍콩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 23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며 각국 여행자들에게도 ‘주의하라’는 경고가 내려졌다. 바젤 참여를 위해 홍콩에 입국하려던 서구의 ‘슈퍼 리치’들이 직전에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현장에서 만난 한 미국 갤러리스트는 “올해는 당초 출품작을 상의할 때부터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자기 검열’을 했다”며 “중국에 대한 반감 때문에 해외 관객도 적어져 내년 행사에 참가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선명해진 양극화‘미적지근한 페어

    2024.03.31 17:45
  • "중국 싫다" 우려가 현실 됐는데…한국은 예상 뒤엎고 '반전'

    지난 26일 VIP 개막을 시작으로 30일까지 이어진 ‘아트바젤 홍콩 2024’. 전 세계 40개 국가에서 242개 갤러리가 참가한 올해 행사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라는 명성과는 달리 ‘끝까지 볼 게 없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막을 내렸다. 관람객 수 또한 평균 이하였다. 5일간 이어진 미술 장터에는 7만5000명의 손님들이 모였다. 기존 아트바젤 홍콩의 평균 관객 수(8만명)에 못 미쳤다. 홍콩 당국은 페어의 실패에 놀란 눈치다. 개막 일주일 전부터 ’메가 이벤트’를 홍콩 안으로 끌어오며 글로벌 미술계 인사들과 관객들을 모셔왔기 때문이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을 3가지 키워드로 분석했다.    키워드 1. 차이나 포비아아트바젤 홍콩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끝난 데에는 심화된 '차이나 포비아'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프랑스 갤러리 마리안굿맨, 미국의 션 켈리 등 미주와 유럽권 대형 갤러리들이 '중국의 검열 리스크'를 우려해 발을 뺐다. 이들이 나오지 않자 자연스레 수백억원대의 작품도 페어에 나오지 않았다. ‘페어에 볼 것 마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관객들에게도 '차이나 리스크'는 컸다. 특히 아트바젤 홍콩 개막을 3일 앞둔 지난 23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며 각국 여행자들에게도 '주의하라'는 경고가 내려졌다. 바젤을 위해 홍콩에 입국하려던 서양의 '슈퍼 리치'들이 직전에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겼다.실제 현장에서 만난 한 미국 갤러리스트는 “올해는 당초 출품작을 상의할 때부터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자기 검열’을 했다”며 &ldq

    2024.03.31 14:42
  • 올해 아트바젤 홍콩의 3가지 키워드는 '차이나 포비아 · 양극화 · K아트'

    지난 26일 VIP 개막을 시작으로 30일까지 이어진 ‘아트바젤 홍콩 2024’. 전 세계 40개 국가에서 242개 갤러리가 참가한 올해 행사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라는 명성과는 달리 ‘끝까지 볼 게 없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막을 내렸다. 관람객 수 또한 평균 이하였다. 5일간 이어진 미술 장터에는 7만5000명의 손님들이 모였다. 기존 아트바젤 홍콩의 평균 관객 수(8만명)에 못 미쳤다. 홍콩 당국은 페어의 실패에 놀란 눈치다. 개막 일주일 전부터 ’메가 이벤트’를 홍콩 안으로 끌어오며 글로벌 미술계 인사들과 관객들을 모셔왔기 때문이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을 3가지 키워드로 분석했다.    키워드 1. 차이나 포비아아트바젤 홍콩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끝난 데에는 심화된 '차이나 포비아'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프랑스 갤러리 마리안굿맨, 미국의 션 켈리 등 미주와 유럽권 대형 갤러리들이 '중국의 검열 리스크'를 우려해 발을 뺐다. 이들이 나오지 않자 자연스레 수백억원대의 작품도 페어에 나오지 않았다. ‘페어에 볼 것 마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관객들에게도 '차이나 리스크'는 컸다. 특히 아트바젤 홍콩 개막을 3일 앞둔 지난 23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며 각국 여행자들에게도 '주의하라'는 경고가 내려졌다. 바젤을 위해 홍콩에 입국하려던 서양의 '슈퍼 리치'들이 직전에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겼다.실제 현장에서 만난 한 미국 갤러리스트는 “올해는 당초 출품작을 상의할 때부터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자기 검열’을 했다”며 &ldq

    2024.03.31 14:26
  • 침사추이부터 센트럴까지, 지금 홍콩은 명작들의 천국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리고 있는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맞춰, 지금 홍콩 전역은 예술로 물들었다. 홍콩의 중심인 센트럴부터, 강 건너 침사추이까지 지금 ‘예술의 도시’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다양한 전시들을 모아봤다. 1. 국내서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전시들홍콩 센트럴 역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알렉산드라 빌딩. 이곳 22층에서는 지금까지 만나보기 힘들었던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가 준비한 아프리카 특별전 Coalescent Lights’이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잘 조명하지 않았던 아프리카 현대미술 작가들의 예술 작품들을 홍콩 중심으로 불러모으면서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 31명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전통 직조 방식으로 만든 라탄 작업부터, 아프리카 화풍이 그대로 녹은 회화 작업들까지 만날 수 있다. 경매사가 진행하는 전시임에도 작품은 모두 비판매다. 크리스티는 이번 전시를 페어 기간에 맞춰 단 5일 간만 선보이기로 했다. 오는 30일까지만 관람할 수 있다. 바로 앞 2분 거리 페더 빌딩엔 크리스티 뉴욕 경매 하이라이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는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올 작품들을 미리 선보인다. 파블로 피카소, 클라우드 모네, 쿠사마 야요이 등 세계 거장들의 그림을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다. 홍콩 5월 경매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데이비드 호크니, 니콜라스 파티 등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갤러리를 메웠다. 특히 홍콩 경매 하이라이트 전시는 전시장 내 태블릿PC를 통해 실시간으로 경매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2. 워홀과 친구들을 한 자리에서크리스티 전시가 열리는 페더 빌딩 7층에는 가고시안

    2024.03.29 12:55
  • 떠돌이 인생서 일약 스타덤…에르메스가 길거리 캐스팅한 낙서왕

    ‘공공시설물에 낙서를 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벽 앞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경고 문구다.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해 거리나 시설물에 그림과 글자를 적어 넣는 작업, 불법과 예술 사이를 넘나드는 장르 ‘그라피티’를 향한 경고다. 과거부터 그라피티 작가들은 스스로 “우리의 예술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들키거나 혹은 작품을 완성하거나.프랑스 화가 시릴 콩고도 그라피티 작가다. 그도 다른 그라피티 작가들과 다르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 홍콩, 멕시코 등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자신의 예술을 몰래 거리에 수놓았다. 그가 오늘날까지도 “내 그림은 길바닥에서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길바닥을 전전하던 콩고의 인생은 2011년 뒤집혔다. 그날도 그는 프랑스 파리의 한 길거리에서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열중하던 콩고 뒤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리곤 이내 콩고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순찰을 돌던 경찰도, 시 공무원도 아니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관계자들이었다.그들은 우연히 길을 걷다 거리에서 벽화를 그리는 콩고의 모습을 보게 됐다. 그의 그림세계를 한참 지켜보다 대뜸 다가가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다. 콩고는 그렇게 ‘길바닥’에서 세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인 에르메스의 눈에 띄었다. 그렇게 그는 이듬해 ‘에르메스의 상징’이라고도 불리는 실크 스카프에 자신의 그라피티 그림을 새기게 됐다. 빛나는 실크 스카프 위에 새겨진 길거리 예술은 명품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

    2024.03.28 17:39
  • 펜디가 먼저 알아본 무명 작가…찌그러진 돌덩이서 美를 찾다

    2009년 4월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 세계의 관심이 쏠린 곳은 한국에서 온 한 앳된 얼굴의 청년이었다. 그의 이름은 이광호. 27세밖에 되지 않은 그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가 차린 글로벌 프로젝트 부스에 유일한 아시아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이광호가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그의 특이한 작업 방식 때문이다. 그가 쓰는 재료는 PVC와 전선. 그는 공업 재료들을 손으로 하나하나 꼬아 조명과 가구, 오브제를 창조하는 작가로 세계 미술계에 처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펜디가 택한 20대의 무명 작가 이광호의 작업 과정을 ‘직관’한 갤러리와 글로벌 브랜드들은 일제히 그를 모셔가기 시작했다.2011년에는 펜디와 또 한 번 ‘매듭짓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디올이 차린 서울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 설치된 백색 의자도, PVC 전선으로 만든 디올의 한정판 레이디 백도, 용산 아모레퍼시픽 로비에 설치된 의자와 조명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일본 긴자 에르메스에서도 이광호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또 올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에서 향수 브랜드 조말론의 공식 파트너가 돼 협업작을 선보일 예정이다.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미술계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작가 이광호가 자신의 작업 세계를 돌아보는 전시를 선보인다. 리안갤러리 서울과 대구에서 열리는 전시 ‘Yesterday Is Tomorrow’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최신작들이 소개됐다.이광호의 설치 작업에서 ‘적동’과 ‘칠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재료다. 그는 붉은빛이 나는 구리를 모양내 가마에 굽고, 그 위에 칠보를 덧입히는 작업 방식을 고수해 온 작가다. 그가 구리를 좋아하는

    2024.03.28 17:38
  • 생생한 사진과 영상으로 만나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024'

    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024'가 VIP오픈일인 지난 26일 개막했습니다. 해마다 3월 열리는 이 행사는 그해 글로벌 미술시장의 가늠해 볼 수 있는 '풍향계로' 인식돼 왔습니다. 글로벌 미술업계 관계자들은 아트바젤 홍콩에서 팔리는 미술품들의 규모, 컬렉터들의 구매열기 등을 보고 그해 미술시장의 경기를 점쳐왔습니다. 올해 행사엔 지난해 보다 37% 증가한 40개 국가 242개 갤러리가 참가했습니다. 한경 아르떼는 최지희 기자와 최윤정 에디터를 홍콩 현지로 보내 행사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행사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촬영한 사진들을 통해 아트바젤 홍콩 현지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홍콩 침사추이 빅토리아 독사이드에 뜬 '아트 바젤 보트', 홍콩 당국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에 시즌마다 다른 테마의 깃발을 전시한다. 3월은 아트바젤 홍콩이 차지했다.  침사추이 빅토리아 독사이드에서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홍콩 컨벤션센터를 바라본 전경.아트바젤 홍콩이 열리고 있는 지난 27일, 홍콩 침사추이 빌딩 위 전광판에 아트바젤 홍보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홍콩 당국은 행사의 홍보를 위해 3월 한 달 내내 홍보 영상을 상영했다. 아트바젤 홍콩 개막 전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 이날 기자간담회엔 노아 호로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와 안젤라 시앙 리 아트바젤 홍콩 총괄디렉터가 마이크를 잡았다.아트바젤 홍콩 2024의 VIP 오픈일이었던 지난 26일 전시장의 모습. 오픈 직후 사람들이 몰렸던 지난해와 달리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아트바젤 홍콩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침사추이에 있는 K11 뮤제아 6층 전시장에서 관객들이 아트 퍼포먼

    2024.03.28 14:14
  • 세계 미술시장 '풍향계' 아트바젤 홍콩에 찬바람 불었다

    매년 3월 개최되는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이자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세계 미술업계가 이 페어에서 팔리는 예술품 규모를 보고 한 해 시장을 전망하기 때문이다. 올해 행사(26~29일)는 그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완벽히 회귀한 수준으로 열려 더욱 주목받았다. 40개 국가에서 242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지난해에 비해 37% 증가한 숫자다.하지만 지난 26일 열린 VIP 오픈일 첫날 행사 직후부터 아트바젤 홍콩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작품을 쓸어 담던 중국 손님들의 대화 소리도 올해 행사장에선 듣기 힘들었다. 화이트큐브에 나온 박서보의 7억2000만원짜리 작품도 대기자만 있을 뿐 쉽게 팔리지 않았다. 오픈일 이전 사전 판매만으로 부스 작품의 절반 이상을 팔았던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첫날 분위기 ‘기대 이하’이번 장터에 부스를 낸 242개 갤러리 중 한국 화랑은 10곳. 국제갤러리는 오픈과 동시에 강서경의 작품을 9만달러(약 1억2060만원)에, 줄리아 오피의 작품을 11만파운드(약 1억8600만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한국 화랑들도 뜨거운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다. 윤혜정 국제갤러리 이사는 “중국 손님보다 한국인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지난해처럼 오픈일이나 사전 판매로 불티나게 팔리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홍콩 당국은 정상화된 아트바젤의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은 터라 더욱 총력을 다했다. 3월 한 달 내내 ‘홍콩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양한 ‘메가 이벤트’를 들여

    2024.03.27 18:54
  • 에르메스와 샤넬이 반한 '길바닥 그래피티 작가'가 서울에 떴다

    ‘공공시설물에 낙서를 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쓰레기통 위에서, 벽 앞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경고 문구’다.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해 거리나 시설물에 그림과 글자를 적어넣는 작업, 불법과 예술 사이를 넘나드는 장르 ‘그래피티’를 향한 경고다. 과거부터 그래피티 작가들은 스스로 ‘우리의 예술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들키거나, 혹은 작품을 완성하거나. 프랑스 화가 시릴 콩고도 그래피티를 그리는 작가다. 그도 다른 그래피티 작가들과 다르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 홍콩, 멕시코 등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자신의 예술을 몰래 거리에 수놓았다. 그가 오늘날까지도 ‘내 그림은 길바닥에서 시작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다. 길바닥을 전전하던 콩고의 인생은 2011년에 뒤집혔다. 그 날도 그는 프랑스 파리의 한 길거리에서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열중하던 콩고 뒤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리곤 이내 콩고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순찰을 돌던 경찰도, 시 공무원도 아니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관계자들이었다. 그들은 우연히 길을 걷다 거리에서 벽화를 그리는 콩고의 모습을 보게됐다. 그의 그림세계를 한참 지켜보다 대뜸 다가가 ‘힘께 일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콩고는 그렇게 ‘길바닥’에서 세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인 에르메스의 눈에 띄었다. 그렇게 그는 이듬해 ‘에르메스의 상징’이라고도 불리는 실크 스카프에 자신의 그래피티 그림을 새기게 됐다. 빛나는 실크 스카프 위에 새겨진 길거

    2024.03.27 15:00
  • 글로벌 미술시장 '풍향계' 아트바젤 홍콩, 첫날 판매실적도 공개 못한 까닭은?

    지난 한 달간 전 세계 미술계의 눈은 홍콩에 맞춰졌다. 올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시장의 전망을 점쳐볼 수 있는 ‘아트바젤 홍콩’(26~29일)이 열렸기 때문이다. 매년 3월 개최되는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이자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세계 미술업계가 이 페어에서 팔리는 예술품의 규모를 보고 한 해 시장 전망을 점치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완벽히 회귀한 수준으로 열려 더욱 주목을 받았다. 40개 국가에서 242개의 갤러리가 참가했다. 지난해에 비해 37% 증가한 숫자다.하지만 VIP 오픈일인 26일이 끝나자 아트바젤 홍콩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행사장엔 지난해 작품을 쓸어담던 중국 손님들의 대화 소리도 듣기 힘들었다. 화이트큐브에 나온 박서보의 7억2000만원짜리 작품도 대기자만 있을 뿐 쉽게 팔리지 않았다. 오픈일 이전 사전 판매만으로 부스 작품의 절반 이상을 팔았던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번 장터에 부스를 낸 242개 갤러리 중 한국 화랑은 10곳. 국제갤러리는  오픈과 동시에 강서경의 작품을 9만 달러(한화 약 1억 2060만원)에, 줄리아 오피의 작품을 11만 파운드(한화 약 1억 8600만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한국 화랑들도 뜨거운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다. 국제갤러리 윤혜정 이사는 “중국 손님보다 한국인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지난해와 같이 오픈일이나 사전 판매로 불티나게 팔리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 당국은 정상화된 아트바젤의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

    2024.03.27 14:18
  • 舊作이 名作…60년대생 화가들의 20년전 시선

    “저는 30년 묵힌 걸 꺼냈어요.” (도윤희)“제 것도 20년은 묵은 거라니까요.” (정주영)몇십 년의 시간을 거슬러 꺼내놓은 건 보물도, 금도 아닌 ‘내 그림’이다. 세 명의 여성 작가가 작업실에 오랜 세월 정성스레 보관했던 ‘구작(舊作)’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갤러리현대의 올해 첫 전시 ‘에디션 R’을 통해서다.갤러리현대는 지금 잘 팔리거나 주목받는 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이는 대신 구작들을 살펴보고 현재로 가져와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첫 시리즈는 과거 작품을 되돌아보고(Revisit), 현재의 관점에서 미학적 성취를 재조명해(Reevaluate), 작품의 생명을 과거에서 현재로 부활시키는(Revive) ‘에디션 R’이다. 이를 위해 1960년대생 여성 작가 세 명, 김민정·도윤희·정주영의 작품이 ‘풍경’이란 이름 아래 한자리에 모였다. 현재의 관점으로 과거 작품 재조명이 같은 프로젝트는 갤러리현대 개관 54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하는 프로젝트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이 도전을 하는 이유는 작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작품 세계를 살펴볼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풍경’. 김민정, 도윤희, 정주영 세 명의 여성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풍경화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이들은 모두 1960년대생으로 동시대를 산 작가다. 같은 시기 20~30대를 지나며 치열한 매체 실험과 탐구를 해 왔다는 점도 닮았다. 같은 시대, 비슷한 고민을 했지만 작가마다 다른 작업 특성이 드러난다는 점을 볼 수 있다.정주영은 ‘정주영표 안료’를

    2024.03.26 18:38
  • 글로벌 미술시장 '풍향계' 아트바젤 홍콩 2024 개막…초반 분위기는 '한산'

    지금 전 세계 미술계의 관심은 홍콩을 향하고 있다. 올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시장의 전망을 점쳐볼 수 있는 ‘아트바젤 홍콩’(26~29일)의 베일이 벗겨졌기 때문이다. 매년 3월 개최되는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이자,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세계 미술업계는 이 페어에서 팔리는 예술품의 규모를 보고 한 해 시장 전망을 점치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간 수준으로 열리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올해 페어에는 40개 국가에서 242개의 갤러리가 참가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7% 증가한 숫자다.VIP 오픈일인 26일, 행사장은 한산했다. 지난해 작품을 쓸어담던 중국 손님들의 대화 소리도 듣기 힘들었다. 하우저앤워스에서 들고 나온 니콜라스 파티 작품은 여전히 미판매 상태였다. 화이트큐브에 나온 박서보의 72억짜리 작품도 대기자만 있을 뿐 쉽게 팔리지 않았다. 오픈일 이전 사전 판매만으로 부스 작품의 절반 이상을 팔았던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번 장터에 부스를 낸 242개 갤러리 중 한국 화랑은 10곳. 국제갤러리는 오픈과 동시에 강서경의 작품을 9만 달러(한화 약 1억2060만원)에, 줄리아 오피의 작품을 11만 파운드(한화 약 1억8600만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국내 화랑들도 뜨거운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다. 국제갤러리 윤혜정 이사는 “중국 손님보다 한국인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며 “지난해와 같이 오픈일 불티나게 팔리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 당국은 정상화된 아트바젤의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

    2024.03.26 16:55
  • "죽을 때까지 물감 사지 않겠다"…77세 화가의 마지막 프로젝트

    앞으로 죽을 때까지 물감을 하나도 사지 않고 현재 있는 것들로만 그림을 그리겠다는 화가가 있다. 1947년생 화가 김용익(사진)이다. 2018년 마지막 날부터 ‘물감 소진 작업’을 해 온 김용익이 6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김용익 화가는 국제갤러리 부산에 대작 중심으로 19점, 국제갤러리 한옥(서울)에 작은 작품 위주로 27점을 동시에 걸었다. 모두 2016년 이후 작업한 것이다.김용익은 파격을 선보여 온 작가다. 그는 부산 갤러리 땅바닥 한가운데에 그림을 내려놨다. 회화는 벽에 걸려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캔버스가 오염되지 않도록 씌워 오는 비닐을 벗기지 않은 채 그 위에 그림을 그린 작품도 있다.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중 하나에는 철망이 씌워졌다. 굳이 완성한 그림 위에 잘 보이지 않도록 필터 한 겹을 더 씌웠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철조망을 비스듬히 봐야 알 수 있다. 철망 위에 그대로 붙은 한 마리의 모기가 보인다. 작품 위에 날아왔다 붙어 죽은 모기를 그림을 운반하던 중 발견하곤 그 시체까지 작품의 일부분으로 만들었다. 그는 “질서 속에서 벗어나지 않는 순간 매몰된다”며 자신의 반항기를 설명했다.현재 김용익이라는 작가를 가장 잘 표현하는 건 ‘물감 소진’이다. 그는 회화 작가임에도 더 이상 물감을 구매하지 않는다. 오직 갖고 있는 물감만으로 작업한다. 그는 “물감을 소진하는 건 곧 내 인생을 소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모든 물감을 다 썼을 때 내 인생도 끝났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고 말했다.맨 처음 그는 캔버스를 조각보처럼 칸칸이 나눠 물감을 바른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여러 색의 물감을 골고루 소진하기 위

    2024.03.25 18:32
  • 베르사체 드레스 3.7억…글로벌 갑부들 자선행사는 특별했다

    홍콩 침사추이 빅토리아 도크사이드. 지난 21일 야경이 빛나는 이곳에 레드카펫이 깔렸다. 양조위 판빙빙 공효진을 비롯한 ‘셀럽’과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드레스와 슈트를 갖춰 입고 포토월에 섰다.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VIP들을 평일 저녁 홍콩으로 불러모은 행사는 패션쇼도, 영화제도 아닌 자선 행사였다. 자선 행사를 연 주인공은 에이드리언 청 K11그룹 회장과 세계 최대 명품 기업 LVMH그룹의 첫째 며느리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다. 두 사람은 이달 20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개막한 아시아 최대 미술축제 ‘홍콩 아트위크’의 부대행사로 어린이의 치료와 성장을 돕는 기부 행사 ‘더 칠드런 볼’을 열었다.청은 더웸프, 보디아노바는 네이키드하트라는 자선단체를 운영하며 세계 곳곳의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두 단체는 모두 ‘정신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돕는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이번 행사는 두 재단이 협력해 선보이는 첫 행사다. 보디아노바도 행사를 위해 프랑스에서 홍콩으로 왔다.이번 행사에는 450여 명이 참가했다. 선발 자격은 엄격하다.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약 800만원의 자선 식사값을 내고, 아동 정신 치료 프로그램에 추가로 기부해야 한다.보디아노바는 러시아 빈민촌에서 태어나 11세 때 시장에서 과일을 팔다 모델로 데뷔해 LVMH 집안의 며느리가 된 ‘인생 역전’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졌다. 당일에도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그는 “나는 중증 뇌성마비 환자인 동생이 있다”며 “동생을 돌보며 아이들의 정신적 치료를 돕는 재단을 설립하고자 했는데 그 꿈

    2024.03.24 17:54
  • 3.7억원에 팔린 베르사체 드레스 … 글로벌 갑부들의 자선 행사는 특별했다 [홍콩 아트위크]

    홍콩 침사추이 빅토리아 독사이드. 지난 21일 저녁, 홍콩의 야경이 빛나는 이곳에는 레드카펫이 깔렸다. 양조위, 판빙빙, 공효진을 비롯한 '셀럽'들과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드레스와 수트를 갖춰 입고 포토월에 섰다.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VIP들을 평일 저녁 홍콩으로 불러모은 행사는 패션쇼도, 영화제도 아닌 자선 행사다. 자선 행사를 연 주인공은 에이드리언 청 K11그룹 회장과 세계 최대 명품 기업 LVMH그룹의 첫째 며느리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다. 두 사람은 어린이의 치료와 성장을 돕는 기부 행사인 ‘The Children Ball’을 열었다.    청은 '더 웸프', 보디아노바는 ‘네이키드 하트’라는 이름의 자선 단체를 운영하며 세계 곳곳의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두 단체는 모두 ‘정신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돕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번 행사는 두 재단이 협력해 선보이는 첫 행사다. 이날 보디아노바도 행사를 위해 프랑스에서 직접 홍콩을 찾았다.이번 행사에는 450여 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선발 자격도 엄격하다.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약 800만원의 자선 식사값을 지불하고, 아동 정신 치료 프로그램에 추가적으로 기부를 해야 한다.보디아노바는 러시아 빈민촌에서 태어나 11세 때 시장에서 과일을 팔다 모델로 데뷔해 LVMH가의 며느리가 된 '인생 역전'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졌다. 당일에도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잊지않았다. 그는 "나는 중증 뇌성마비를 가진 동생이 있다"며 "동생을 돌보며 아이들의 정신적 치료를 돕는 재단을 설립하고자 하는 꿈을 키웠다"고 말

    2024.03.24 09:49
  • “죽을 때까지 물감 안 사겠다”…77세 사춘기 통과하는 김용익

    지금 우리 집에 있는 볼펜과 색연필, 연필들을 모두 떠올려 보자. 과연 몇 년을 써야 다 소진할 수 있을까. 물감을 다 쓸 때까지 새로운 색을 사거나 수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작가가 있다. 1947년생 화가 김용익이다. 그는 남은 여생 동안 물감을 단 한 개도 사지 않고 갖고 있는 물감을 모두 끌어다 쓰는 ‘물감 소진 작업’을 하고 있다.  김용익은 국제갤러리 부산과 서울 한옥에 실험 정신과 신념이 담긴 작품들을 가지고 찾아왔다. 개인전은 6년 만이다. 부산에선 대작을 중심으로 19점이, 서울 한옥에는 작은 작업 27점이 걸렸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모두 그의 2016년 이후 작품들이다. 김용익은 미술적 일탈을 일삼아 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도 그의 ‘일탈 정신’을 잘 드러낸다. 현장에 나온 그는 이 신념을 유토피아의 반의어인 ‘헤테로토피아’라는 단어로 지칭했다. 그는 부산 갤러리 땅바닥 한가운데에 그림을 내려놓았다. 회화는 벽에 걸려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캔버스가 오염되지 않도록 씌워 오는 비닐을 벗기지 않은 채 그 위에 그림을 그린 작품도 있다.  그에게 전시장이란 곧 자유와 반항의 공간이다. 김용익이 이런 반항을 하는 데에는 작가로서의 정체성 혼란이 반영됐다. 그는 “오히려 어릴 적에는 손이 가는 대로 쉽게 작업했는데, 나이가 들고 더 많이 알고 나니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며 “이제 내 작품을 나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고통과 혼돈을 표현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중 하나에는 철망이 씌워졌다. 굳이 완성한 그림 위에 잘 보이지 않도록 필터

    2024.03.19 09:08
  • "미술, 아는 만큼 투자할 수 있다"…15년 경매사의 조언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채 예술품 시장에 진입하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미술을 대체 자산이나 투자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은 더더욱 예술품 시장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을 거쳐야만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사라 마오 크리스티 에듀케이션 총괄디렉터(사진)는 ‘예술품 컬렉팅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글로벌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운영하는 교육 기관인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의 아시아·태평양 디렉터인 그는 아시아 지역의 미술 및 럭셔리 프로그램 교육 과정을 총괄한다. 15년 동안 크리스티에 몸담으며 경매사로도 활동하고 있다.그는 신세계 아카데미 초청 ‘VIP 강연’의 연사로 방한했다. 올해 새롭게 떠오르는 예술품과 럭셔리 컬렉팅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했다. 미술관과 갤러리, 그리고 소장자 자택 방문 등의 형식으로 강연이 이뤄졌다.마오 디렉터는 “급성장하는 한국 예술품 시장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며 “리움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와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알렉산더 콜더와 앙리 마티스, 살바도르 달리, 애니시 커푸어 등의 주요 작품이 서울의 각종 갤러리와 개인 자택에 소장된 것을 보고 놀랐다”며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전시의 규모와 창의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다만 한국 미술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선 관련 교육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오 디렉터는 “예술 작품 컬렉션은 소장자의 비전과 안목, 신념에서 비롯되며 이는 교육 없이는 갖출

    2024.03.18 18:52
  • [이 아침의 화가] 에르메스가 길거리 캐스팅…그라피티의 연금술사, 콩고

    프랑스 화가 시릴 콩고는 그라피티 작가다. 그는 파리와 홍콩, 멕시코 등 다양한 국가의 길거리를 다니며 자신의 작품을 거리에 새겼다. 콩고의 인생이 뒤집힌 건 2011년이다. 그는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로부터 작업 제안을 받았다.콩고의 그라피티 그림을 담은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는 출시와 동시에 완판(완전 판매)됐다. 그림을 그린 작가 콩고조차 한 장을 겨우 구했을 정도였다. 콩고의 에르메스 스카프 작품을 보고 또 한 명의 거장이 반응했다. ‘샤넬의 아버지’ 칼 라거펠트였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4개월이나 콩고에게 내주며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콩고와 샤넬의 콜라보는 라거펠트 생전 마지막 작업으로 남았다.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이뤄진 샤넬 쇼에서 콩고와의 협업 컬렉션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콩고는 이집트 신전에서 쇼가 이뤄진다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이집트 문양을 옷과 스카프, 그림 등에 새겨 넣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당시 퍼렐 윌리엄스가 파라오 분장을 하고 오른 런웨이는 큰 화제를 모았다.콩고가 에르메스 스카프와 샤넬 컬렉션, 그리고 자신의 그라피티 작품들을 들고 서울을 찾아왔다. 서울 성북동 뮤지엄웨이브에서 열리는 개인전 ‘그래피티의 연금술사’에서 작품 45여 점을 선보인다.최지희 기자

    2024.03.18 18:42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