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미·중 패권싸움에 낀 주식시장…대선 앞두고 커진 변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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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미·중 패권싸움에 낀 주식시장…대선 앞두고 커진 변동성
[마켓칼럼] 미·중 패권싸움에 낀 주식시장…대선 앞두고 커진 변동성
박병창 교보증권 이사

올해 11월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 분석하는 경제학자들은 미국 대선을 배제할 수 없는 중요한 변수로 꼽는다. 미국 내부의 정치적 이슈에 따라 산업별 명암이 달라지기도 하고, 대권 주자들의 정책 공약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나타나면서다. 심지어 기준금리 결정도 대선의 영향을 받는다. 시장 유동성을 더 강화하는 등 경기 활성화를 대선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올해 주식시장은 대선 이벤트 영향권 안에 있다.

3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벗어났음에도 엔화는 약세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강세 흐름이다. 전문가들이 BOJ가 미국 금리 정책·대선 눈치를 보며, 완화적 금융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BOJ 총재 역시 미국 눈치 보기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성장 기술 분야의 대중국 견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됐기에 새삼스럽지 않다.

대선 앞두고 강해진 대중국 제재

대선을 앞두고 자국 지지자들을 염두에 둔 산업별 대중 제재는 글로벌 산업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는 분야는 반도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발전이 미래의 글로벌 패권을 좌우할 것이므로 주도권 싸움은 자연스럽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과거 미국이 40%를 생산했던 것처럼 미국이 주요 반도에 생산을 주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미 엔비디아 최신 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동맹국들이 동참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동참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나 그들보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크고 산업 의존도가 큰 우리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 이어 AMD의 AI칩도 중국 수출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최근엔 신기술 제품의 판매만이 아니라, 기존 제품의 유지 보수를 위한 부품과 장비 역시 중국 수출을 금지하도록 미국과 동맹국 기업에 권고하고 있다.

미국 의원들은 바이트댄스에 '틱톡' 매각과 관련해 최후 제안을 하기도 했다. 틱톡의 개인 정보 수집은 국가 안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일정 기간 내 '숏 폼' 앱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미국 내 영업을 금지 시킨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바이오를 비롯해 전기차, 자율주행, 조선·해운 등에서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 상원 위원회는 '바이오 시큐어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특정 생명공학 제공자와 계약 및 기타 목적을 금지하는 법안'으로 중국 바이오텍인 BGI, MGI, 우시앱텍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3명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요청했다. 국가안보와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국가 안보를 위해 중국 커넥티드카를 조사하란 지시를 내렸다.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가진 중국이 미국 내 정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단 이유에서다.

대중국 산업 제재가 조선과 해운.물류로도 확장되고 있다. 미국 항구마다 설치돼 있는 중국산 크레인에 사이버 위협의 명목으로 일본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미국 연안무역법으로 자국에서 건조 또는 개조한 선박에 대해서만 해상운송 권한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中 비중 높은 기업 주가 부진…변동성 갈수록 높아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부품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애플은 중국 내 애국 소비와 현지 기업들의 성장 등으로 아이폰 판매 부진을 겪고 잇다. 애플 주가도 올 들어 미국 증시 호황 속 11.2%나 급락했다.

테슬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중국 내 로컬 전기차의 성장 등으로 고전하면서 30% 넘게 내렸다. 중국 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으며, 재고 제품을 1월부터 지속 할인 판매하고 있다.

이외 미국 완성차업체인 포드와 커피체인점 스타벅스의 중국 내 실적이 주춤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중국 내 사업 비중이 큰 기업의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중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도나 베트남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주식시장도 미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반면 미국 비중이 높은 기업의 주가 흐름은 좋다. 대표적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을 상대하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있다. 시장에선 이들 기업과 관련해 올해 큰 성장의 기회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항상 그 강도가 누그러졌다가 강화되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겪는다. 특히 올해 미국 대선처럼 정치적 이벤트가 있다면 관련주의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주식 투자자들은 우선 시장에 유입되는 유동성을 통해 시황을 판단해야 한다. 이후 기업의 성장 스토리와 기술 발전을 분석해 투자 기업을 찾아야 한다. 다만 주요국의 정치와 정책 이벤트가 강한 국면에선 섹터, 개별 기업의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므로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