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발주한 주요 건설 현장에서 공사비 문제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치솟았지만, 발주처가 계약서 특약을 근거로 공사비 인상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물가 상승을 인정하지 않는 계약 관행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비 치솟는데 발주금액 요지부동"…KT-건설사 파열음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 현대건설 쌍용건설 등이 발주처인 KT와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롯데건설은 서울 광진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서 물가 인상을 반영한 도급액 30% 증액을 두고 KT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자양1구역 재개발사업은 옛 KT 전화국 부지 50만5178㎡를 재개발해 광진구청 청사와 구의회, 보건소, 호텔(150실), 공동주택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청약 경쟁률 98 대 1을 기록한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1063가구)도 포함돼 있다.

계약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 원가가 크게 오른 게 화근이다. 롯데건설은 공사비 상승분을 두고 “일반적이지 않은 공사비 급등 상황에선 협의하는 게 맞다”며 증액 불가피론을 내세우고 있다. KT 측은 계약서상 물가 변동 배제 특약에 따라 추가 공사비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KT가 발주한 다른 현장에서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서울 광화문 사옥 리모델링 공사(증액 300억원),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 공사(171억원), 한신공영은 부산 초량오피스텔 개발사업(KT에스테이트 발주·140억원) 등을 맡고 있다. 이들 현장 모두 공통으로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다. 쌍용건설은 여러 차례 협상 요청에도 KT가 응하지 않자 지난해 10월부터 KT 사옥 앞에서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일부 하도급 업체는 비용 부담으로 공사를 중간에 포기했다.

이에 일부 건설사는 정부가 운영하는 건설 분쟁조정위원회에 사안을 회부한 상태다. 롯데건설도 국토교통부의 민관합동 PF(프로젝트파이낸싱) 2차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공공 부문에서 공사비 현실화에 따라 증액을 하는 만큼 정부가 민간 공사 중재에도 적극 나서야 공사 중단이나 지연 등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계약 단계에서부터 거부하는 게 갈등 원인”이라며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식의 불공정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