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에서 열린 현장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에서 열린 현장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 유세 도중 쏟아낸 발언이 하루가 멀다고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명' 색채를 내세워 현역 의원을 꺾고 민주당 공천을 받은 일부 후보들조차 본선을 앞두고선 이 대표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의 거친 발언이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그는 지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도중 한 시민에게 "설마 2찍, 2찍 아니겠지?"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혐오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바로 다음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제 지역구에서 사용했던 '2찍' 표현에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저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논란이 될 법한 발언은 반복적으로 나왔다.

그는 지난 14일에는 세종시 세종 전통시장 유세 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정치 잘했다. 나라 살림 잘했다. 살 만하다. 견딜 만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권한 줘서 나라 살림하게 해야 되겠다' 싶으면 가서 열심히 2번(국민의힘)을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십시오"라고 말했다가 '선거의 의미를 훼손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15일 울산 유세에서는 "머슴이 일 안 하고 주인 업신여기고 깔보면 혼내고 그래도 안 되면 쓰지 말고 도저히 안 되면 중도해지를 해야 한다"고 했고, 17일 평택 유세에서는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줬기 때문에 이제 너희들은 해고"라고 말해 '탄핵'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어 19일 강원도에서도 "서슬 퍼런 박근혜 정권도 우리가 힘을 모아 권좌에서 내쫓지 않았느냐"며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 패륜 정권을 심판 못할 리 없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광주를 찾아서는 황상무 전 대통령실 수석의 '회칼 테러' 언급을 풍자하며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너네 5·18 때 대검으로 M16으로 총 쏘고 죽이는 거 봤지.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가리 깨진 거 봤지. 조심해"라고 했다. 그는 "이게 농담이냐? (황 전 수석이) 겁박한 것 아니냐"며 황 전 수석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는데, 아무리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더라도 발언이 과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어떤 경우에도 희화화될 수 없다"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언어로 5·18 당시 신군부의 시민 학살을 묘사했다. 그 표현과 태도가 참담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충남 당진시장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하나. 대만 해협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 무슨 상관있나"라며 "왜 중국을 집적거리나. '셰셰(謝謝·고맙습니다)' 하면 된다"고 말했다가 국민의힘으로부터 "민주당의 대(對)중국 굴종 의식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엔 의정부 유세 현장에서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경기도) 분도를 즉시 시행하면 여러분은 '강원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가 지역 비하 비판이 일자 유감을 표했고, 24일엔 경기 북부 유세 현장에서 "(포천) 바로 옆에 연천군 평산면이 있다. 제가 경기도지사 할 때 인구가 너무 빨리 줄어드니까 평산면민에게는 돈이 많든 적든, 식구가 많든 적든 15만원씩 지급하고 있다"면서 "잘 모르시는 모양이다. 청산면으로 이사 가시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지원 유세에 나섰던 이 대표가 자주 구설에 오르자, 민주당 후보들도 이 대표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선명한 '친명' 색채를 자랑하던 후보들도 본선을 앞두고는 이 대표와 거리를 넓히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비명계인 박광온 전 원내대표를 꺾은 김준혁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2021년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라는 책을 통해 이 대표를 조선시대 정조에 비유했었는데, 지난 22일에는 "나는 이 대표와 개인적으로 가깝지 않다. 자주 만나거나 이야기를 해 볼 기회도 많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대표와 개인적으로 가깝지 않다. 자주 만나거나 이야기를 해 볼 기회도 많지 않았다"면서 "제가 쓴 책들은 이재명과 정조를 동일시하는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 칭송하는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천을 앞두고 벌어졌던 '이재명 마케팅'도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대장동 변호사'로 서울 서대문갑에 공천받은 김동아 변호사는 25일 "제가 대장동 변호인단에 합류한 것은 민주당 법률 활동을 하면서 저의 능력과 헌신성, 실력을 인정받아 발탁된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님과 개인적인 인연도 전혀 없었다"고 말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야권 관계자는 "격전지일수록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기 때문에,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이재명 대표를 언급하는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의 선명한 색이 중도 포용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 지도부도 이 대표가 뿌린 말을 다시 거두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의 '셰셰' 발언에 "중국에 굴종적으로 하자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 대표가 현장에서 좀 더 재미있는 표현으로 쉽게 대중들에게 표현하기 위해서 예를 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과도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표가 가끔 그런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바로 탄핵으로 연결된다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