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국내 최초 공공 벤처캐피털(VC)이 생긴다. 지자체가 자본금 100%를 대고, 지역 기업이 매칭 출자자(LP)가 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모델이다. 벤처투자업계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할 계기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국내 최초 공공 벤처캐피털 생긴다
2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전시는 지난 19일 행정안전부로부터 벤처투자법인인 ‘대전투자금융’ 설립을 위한 동의를 받는 데 성공했다. 대전투자금융은 대전시가 자본금 500억원을 전액 출자하고 민간 자금을 더해 모펀드를 조성, 운용하는 투자기관이다. 지자체가 출자기관 형태로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행안부 동의를 받은 것도 대전시가 최초다. 오는 7월 출범 목표로 법인 설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투자금융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로 출범한다. 신기사는 VC라는 점에서 창업투자회사(창투사)와 비슷하지만, 투자 관련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농협 등 6개 금융회사와 지역의 선배 기업 9곳이 총 1800억원을 대전투자금융에 출자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이미 체결했다.

투자 대상은 지역의 유망 스타트업이다. 직접투자(GP)로는 반도체, 우주항공, 바이오헬스 등 기술력이 높은 지역 기업에 집중하고, LP로도 지역의 민간 GP에 출자해 지역 벤처생태계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벤처투자 자금의 수도권 쏠림이 심각한 상황에서 자생적으로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시도다.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벤처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10곳 중 8곳은 수도권에 있는 기업이다. 이 중 서울에 67%가 몰려 있고, 전체 투자 스타트업 중 절반(54%)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있다. 1000억원 이상 대형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도 78%가 서울 기업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