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16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 전환했다. 송파구는 5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상승 폭을 키웠다. 그동안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던 강동·서초구 등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리의 정책금융 상품이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4주째 오른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 강세도 실수요자를 매수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구의동 아파트 13억원 신고가

16주 만에…서울 아파트값 하락세 멈췄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7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0.03%)은 17주 연속 떨어졌지만, 1주일 전(-0.05%)보다 하락폭이 줄었다. 수도권(-0.05%→-0.02%)과 지방(-0.06%→-0.04%) 역시 낙폭이 축소됐다. 서울 아파트값은 보합(0%)을 나타냈다. 작년 11월 마지막 주 이후 16주 만에 내림세가 멈춘 것이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10개 구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주까지 마이너스를 보인 종로·서대문·강동구(0.02%)와 동대문·영등포구(0.01%)가 모두 상승 전환했다. 지난주 보합이던 강동·중구(0.01%)도 오름세를 기록했다. 5주째 오른 송파구는 이번 주 0.04%, 지난주 반등한 동작도 0.05%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마포·양천·성동·광진·중랑·성북구 등 7개 구는 보합을 나타냈다. 집값이 1주일 전보다 떨어진 지역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와 은평구, 강서구 등 8개 구에 머물렀다.

집값 반등세를 이끄는 송파구 대단지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24억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거래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마포구 광진구 등에서도 직전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도되는 상승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마포구 용강동 ‘e편한세상 마포리버파크’ 전용 123㎡는 직전 거래가(21억7000만원·지난 1월)보다 2억3000만원 오른 24억원에 매도됐다. 구의동 ‘강변현대하이엘’ 전용 130㎡는 이달 초 신고가인 13억4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전셋값 44주째 오르자 “집 사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임대차 수요 일부가 매매 시장으로 옮겨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달 셋째 주 0.07% 올랐다. 작년 5월 넷째 주 이후 44주 연속 상승세다.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있는 강북구(0.13%)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노원구(0.13%) 은평구(0.13%) 용산구(0.12%) 등 서울 대부분 지역이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주(0.02%)와 동일한 폭으로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 전세자금 대출 시행으로 요건을 충족하는 단지를 중심으로 이주 수요가 증가했다”며 “매물은 감소하고 전셋값이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담이 낮아진 점도 집값 반등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최저 연 1%대 금리로 주택 구입 및 전세 자금을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대출은 개시일인 지난 1월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40일간 4조193억원이 접수됐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이 시장에서 주효했고, 은행권에서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이 가동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집값 내림세엔 제동이 걸렸지만, 상승세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남과 강북 일부 지역에서 고가 아파트가 상승 거래됐지만, 2월 거래량은 1월보다 주춤했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 등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이 여전해 시장 흐름을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전문위원은 “내림 폭이 크지 않았던 만큼 상승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답보 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